트럼프 "우크라 영토 회복" 자신한 이유…러 재정문제

트럼프 "러 종이호랑이, 우크라 회복가능"
러 5년 연속 재정적자 심화…기업들 줄도산
美 우크라 지원은 그대로…"푸틴 자극용 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3일(현지시간)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만나 정상회담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3일(현지시간)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만나 정상회담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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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종이호랑이'로 격하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가 재정적자 심화와 석유수출 감소세로 경제난이 극심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정책이 180도 달라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러 '종이호랑이'로 격하…"러 재정적자 심화에 입장 변화"
트럼프 "우크라 영토 회복" 자신한 이유…러 재정문제 원본보기 아이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가 진정한 군사강국이라면 일주일도 걸리지 않고 이겨야할 전쟁을 3년 반동안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를 '종이호랑이(Paper Tiger)'처럼 보이게 한다. 시간과 인내, 유럽,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재정적 지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가 원래 국경선을 되찾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집권 초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종용하며 친러성향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180도 다른 입장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재정 및 경제위기가 이어져 전쟁 지속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라-우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 핵심 요소는 러시아의 경제위기"라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고, 러시아의 재정적자가 지속돼 전쟁을 장기간 이끌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재정적자는 2022년 개전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까지 5년 연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4일 러시아 재무부는 올해 재정적자는 3조7900억루블(약 63조3700억원), 내년도 재정적자는 4조6000억루블(약 76조9100억원)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재정적자가 이어지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5년 연속 재정적자가 이어진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된 재정적자만 해도 10조260억루블(약 168조2360억원)에 이른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공장 공습으로 정유량이 감소해 대외수출이 감소한 것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러시아의 이달 정유량은 약 550만톤(t)으로 지난달 640만톤 대비 90만톤 이상 감소했다. 국영기업들의 석유수출로 재정과 경제가 충당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러제재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러시아 기업 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외정보부(SZRU)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러시아 내 기업 수는 319만개로 집계됐는데 2022년 이후 48만6000개의 기업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우 전쟁 바라보는 눈 바뀌었나…군사지원 증강 아직 없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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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러시아와의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러-우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획기적으로 변했다고 단정짓기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BBC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아직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승인한 무기지원안을 집행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더 강력한 대러제재조치도 말만 했을 뿐 실제 이뤄지지 않았다"며 "만약에 지원을 늘린다고 해도 직접 지원이 아닌 나토에 무기를 판매해 우크라이나를 간접 지원하는 형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은 미국이 아닌 유럽 중심으로 바뀌었다. 2022년 개전 이후 유럽국가들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규모는 950억달러(약 133조원)로 미국이 지원한 750억달러(약 105조원)를 이미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군사지원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안 없이 바이든 행정부 때 계획했던 지원예산만 집행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도 유럽연합(EU)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 변화는 푸틴을 협상테이블로 나오라고 자극하는 시도에 불과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며 ""아무리 고무적인 발언이라도 계속 말을 바꿔온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한 신뢰는 턱없이 낮다"고 전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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