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연구진이 전류의 흐름을 단순히 켜고 끄는 수준을 넘어, 전류 응답의 부호(음성→양성)를 1조분의 1초 단위에서 전환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성과는 초고속 AI 연산과 양자정보 소자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대(총장 최재원)는 물리학과 김지희 교수 연구팀이 2차원 반도체-금속 반데르발스 계면에서 빛에 의해 전기장이 순간적으로 반전되며 광전도 신호가 가역적으로 바뀌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9월 12일 자에 게재했다고 25일 전했다.
김지희 교수. 부산대 제공
기존 연구에서는 2차원 반도체-금속 계면의 내부 전기장이 고정적이라고 가정해 광전도 신호를 초고속·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광전도 전환을 제어하려면 게이트 전극이나 가스 압력 조절 같은 복잡한 외부 장치가 필요했으며, 응답 속도 역시 나노초(10억분의 1초)에서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초고속 광전류 분광법을 활용해 MoTe₂/Pt 쇼트키 접합 계면에서 전하가 광여기되며 계면 전기장을 동적으로 반전시키는 과정을 관측했다. 이로써 음성 광전도(NPC)에서 양성 광전도(PPC)로의 전환이 피코초(1조분의 1초) 단위에서 일어남을 직접 확인했다.
또 이번 현상을 기반으로 전압-프로그래머블 NPC/PPC 광검출기를 제안하고 구현해, 수 mV 수준의 미세 전압만으로도 전환 시점을 피코초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소자는 게이트 전극이나 외부 모듈 없이도 음·양 광전도 모드를 선택적으로 구동할 수 있어, 기존 광검출기의 구조적 복잡성과 높은 전력 소모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금속-2차원 소재 계면에서 빛과 계면 상호작용을 통해 전류 응답을 피코초 단위에서 가역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며 "향후 펨토초 시간 규모까지 도달하는 연구를 이어가 초고속 광통신, 뉴로모픽 연산, 양자정보 소자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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