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갑질'에 칼 빼든 공정위…점주노조 출범하나?

공정위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 발표
본사, 점주 단체 협상 의무적 수용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 흔들"

2023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가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간판과 광고가 빼곡히 붙어 있다. 강진형 기자

2023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참가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간판과 광고가 빼곡히 붙어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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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계가 가맹점주 단체교섭권 도입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점주 단체가 법적으로 교섭 주체로 인정될 경우 그동안 본사가 주도해온 경영 구조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브랜드 통제력 약화 ▲수익성 하락 ▲집단행동 리스크 ▲제도 불확실성 등을 주요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달 발표한 '가맹점주 권익 강화 종합대책'의 핵심은 운영 단계에서 점주 단체가 가맹본부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를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점주 단체를 공정위에 등록하게 해 공정위가 점주 단체에 공적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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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부담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A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점주 권익 보호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제도가 잘못 작동하면 본사와 점주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번 공정위 종합대책의 부작용으로 브랜드 일관성 훼손을 꼽았다. 프랜차이즈의 핵심 경쟁력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서비스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인데, 단체교섭권이 보장되면 본사가 추진하는 할인 행사, 신메뉴 출시, 운영 매뉴얼 변경 등에서 점주 단체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동의 없이는 쉽지 않게 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인데, 교섭 과정이 길어지면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섭이 결렬되면 점주 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사실상 노동조합처럼 기능해 동시 영업 거부, 본사 정책 보이콧 등이 현실화되면 브랜드 이미지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와 접점이 넓은 외식 업종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B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맹점주와 본사 간 관계가 무조건 갑을관계로 구조화할 수는 없다"며 "가맹본사에 대한 강제 사항을 더하고 점주들의 이야기만 듣는 것은 본사와 점주, 나아가 소비자까지 피해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본사의 수익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본사 수익의 상당 부분은 물류 마진, 로열티, 광고비 분담에서 나온다. 하지만 단체교섭이 가능해지면 점주 측은 비용 부담 완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판촉비 분담 비율을 낮추거나, 필수 납품 품목을 줄이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가맹본사가 점주들과 수익 구조를 나누는 방식을 재설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고위 임원은 "본사가 1%만 물류 마진을 양보해도 연간 수십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 변화가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C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가맹본사가 점주 협의회와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중소형 프랜차이즈 기업은 경영 부담을 커져 존속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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