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새로운 기술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어야 한다"

토비아스 에르브 獨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그룹장 "위험과 편익 균형 필요"
합성생물학 발전 가로막는 규제 합리화, 탈화석화 위한 시민 실천 중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의 합리화와 '탈화석화(Defossilation)'를 위한 시민적 실천의 중요성이 제기됐다.


토비아스 에르브 독일 막스플랑크 지상 미생물학 연구소 연구그룹장은 24일 한국생물공학회(KSBB)와 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ACB)가 공동 주최한 'KSBB-AFOB 콘퍼런스 2025' 행사장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비아스 에르브 독일 막스플랑크 지상 미생물학 연구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토비아스 에르브 독일 막스플랑크 지상 미생물학 연구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합성생물학은 DNA를 설계·합성한다는 점, 합성생물학적으로 제작된 미생물이 자연에 방출돼 토착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점, 기업이 특정 유전자와 대사 경로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다양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에르브 그룹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결국 중요한 것은 위험과 편익의 균형"이라면서 "식량 생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그 편익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을 우려한다면 편익을 포기하고, 편익을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 사육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현재 소의 수가 인류 숫자보다 많다,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고기 소비는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청난 육류 소비를 맞추기 위해 인류보다 많은 소를 사육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 작물(GMO)을 생산해 소를 먹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현실에 대해 직시하지 못하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는 일부 세력을 꼬집은 것이다.

합성생물학의 대표적 적용 사례는 '황금쌀(Golden Rice)' 프로젝트다. 과학자들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인 쌀에 직접 영양소를 강화해 주민의 영양 결핍을 해결하려 했다.


유전자 변형작물에 대한 사회적 반감, 다국적 기업의 특허 문제 등 많은 논쟁이 있었으나, 2021년 세계 최초로 필리핀에서 상업 재배를 허용했고, 방글라데시 등지에서도 보급을 준비 중이다.


에르브 그룹장은 "현재의 농업 시스템은 이미 변형된 식물에 의존하고 있고, 매우 통제된 시스템하에 잘 관리되고 있다"면서 "빠른 성장과 높은 수확량을 위해 개량된 밀(wheat) 등 농산물의 경우 농축산 현장에서는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비아스 에르브 독일 막스플랑크 지상 미생물학 연구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토비아스 에르브 독일 막스플랑크 지상 미생물학 연구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식품의 경우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로움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품질을 더 철저하게 점검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결국 합성생물학이라는 과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단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에르브 그룹장은 자연 상태의 광합성보다 합성 광합성을 통해 새 효소와 경로를 주입하면 이산화탄소(CO₂)를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합성 광합성은 기초과학에서 응용공학으로 나아가며,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자원 생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음을 줄곧 강조해온 합성생물학계의 주류다.


합성생물학 기술을 잘 활용하면 '탈화석화(Defossilation)'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 전체적으로 비행기 이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합성생물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탄소를 배출하는 탈 것을 줄이는 시민적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연구 인프라에 대한 칭찬과 후배 연구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에르브 그룹장은 "좋은 교육과 장기적인 신뢰가 창의적이고 뛰어난 연구자를 만든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 중 한 곳이 한국"이라면서 "잘 훈련된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도 막스플랑크 연구소로 오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 연구자들에게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바라보면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인천=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