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효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애플 사이다 비니거(애사비)에 대한 다이어트의 핵심 과학적 근거가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권위 있는 의학 저널이 해당 논문을 공식 철회하면서, 애사비 열풍에도 제동이 걸렸다.
23일(현지시간) IT매체 기즈모도와 주요 외신은 영국 의학저널(BMJ) 그룹이 학술지 'BMJ 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 지난해 3월 게재됐던 레바논발 애사비 체중감량 연구 논문을 데이터 신뢰성 결여 등의 이유로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논문은 과체중 및 비만 청소년·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애사비를 섭취하면 12주 만에 최대 8㎏의 체중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발표 직후 세계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국내외에서 애사비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연구 직후부터 "결과가 너무 극적이다"는 의심이 제기됐고, BMJ가 자체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원본 데이터로는 연구 결과를 재현할 수 없었고, 실험 참여자들의 무작위 배정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수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통계값으로, 통계적 접근에도 중대한 결함이 확인됐다.
BMJ 출판 윤리 책임자인 헬렌 맥도널드 박사는 성명에서 "간단하고 유용한 체중 감량법처럼 보였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연구였다"며, "향후 이 논문을 인용하거나 참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논문 저자들은 "실수로 인한 결과일 뿐,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철회 결정엔 동의했다.
과거 이 논문이 발표된 직후, BBC, CNN 등 주요 외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애사비는 세계적인 다이어트 트렌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마시면 살 빠지는 식초'라는 이미지로 제품이 쏟아졌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애사비 관련 제품이 베스트셀러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발표 초기부터 의심의 눈초리는 존재했다. 영국 애스턴의과대 두에인 멜러 박사는 "이 연구는 임상시험 사전 등록조차 없었다"며 기본적인 과학 윤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고, BMJ 측도 이를 인정하며 편집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애사비의 건강 효과 전반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호주의 영양학자 로즈메리 스탠턴 박사는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며 "지나치게 좋은 효과는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사비는 사과를 으깨 발효시킨 식초로, 정제되지 않아 유익균과 효모가 남아 있는 '초모 식초'다. 국내에서는 다이어트 보조제로 마시거나 가루 형태로 판매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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