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의 숙소를 위해 신라호텔 측에 이미 예약된 결혼식 일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24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정부는 해당 호텔에 결혼식 취소 요청을 한 바 없다"라고 전했다. 또 "주진우, 유상범 의원께서는 발언하기 전에 이런 기본 사실을 우리 정부 측에 정확히 확인한 후 발언하라"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신라호텔은 최근 11월 결혼 예정인 일부 고객들에게 "11월 초 국가 행사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하게 예약 변경 안내를 드리고 있다"며 예식 일정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사전 계약서에 '정부 행사에 의한 일정이 생길 경우 취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별다른 보상이나 위약금 지급은 없으나, 도의적인 차원에서 개별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게 호텔신라의 설명이었다.
신라호텔은 해당 고객이 원하는 날짜로 예식을 옮기고 식대·시설 이용료 등 예식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억6000만원 상당의 비용을 호텔이 전액 부담하는 경우가 이례적인 만큼, 브랜드 가치와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 센'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사실상 APEC 정상회의 관련 조치라는 것으로 알려지자 주진우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정부가 호텔을 압박해 1년 전 예약된 결혼식을 취소시키다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라며 "제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아들은 삐까뻔쩍하게 결혼시켜 하객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힘없는 국민은 정부가 한마디 하면 잡아뒀던 예식장도 정부에 헌납해야 하느냐"라며 "국제 행사가 아무리 중해도, 국민의 행복과 권리를 침범할 순 없다. 국민께 사과하고 바로 잡으라"고 덧붙였다.
유상범 의원도 페이스북에 "신라호텔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숙박을 이유로 오래전부터 예약된 수많은 결혼식을 한꺼번에 취소한 사건은 단순한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개입해 국민의 권리와 일상을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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