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첩보전 치열"…대통령실, 특활비 '영수증·사용처' 가린 이유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최초 공개
지출 증빙 서류는 공개하지 않기로
업무추진비는 일부 장소 가림 처리
"불순 세력의 대통령 위해 가능성"
사용처 공개 시 민감정보 도청 우려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지급 신청서 양식.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지급 신청서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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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23일 역대 정부 최초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업무추진비는 기존보다 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다만 증빙서류와 일부 사용처에 대해서는 대통령 위해 가능성과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지난 6~8월 사용한 특활비는 총 4억6422만6000원이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외교, 안보 등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대통령실의 경우 특활비를 공개하지 않아 세금을 '깜깜이'로 사용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공개된 특활비 정보는 일자, 유형, 명목, 금액이다. 일부 집행 명목은 보안을 위해 '0000' 등의 표시로 가림처리했다.

다만 특활비의 경우 증빙자료는 공개를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특활비 지출 증빙서류에는 기밀 활동을 수행하는 부서 및 직원 에관한 정보, 특수활동비가 투입된 국정 수행 활동에 관한 정보, 특수활동 상대방의 정보 등 민감 자료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정보가 대외 공개된다면 특수활동 수행부서, 활동유형과규모 등이 쉽게 유추돼 기밀성이 요구되는 대통령실의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개연성이 존재한다"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치거나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특활비 증빙서류도 예외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대표는 "대법원 판례는 지출 증빙서류도 공개하라는 것"이라면서 "정보를 살펴보고 추가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2022년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특활비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불순 세력의 대통령 위해 가능성, 국제 정보전 치열"

업무추진비는 9억7838만1421원을 썼다고 공개했지만, 상호와 주소 등 집행 장소를 일부 가림 처리했다. 특히 대통령 행사에 사용될 식자재를 구매한 업체나 오·만찬 행사 케이터링 업체, 간담회비 집행 업소 등은 밝힐 수 없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외부 세력 등이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해당 업체에 위장 취업하거나 업체 관계자에게 접근한 후 그를 포섭하는 방법으로 대통령실에 납품될 식자재·식음료 등을 오염시키거나 대통령을 포함한 국내외 귀빈 등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 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기밀성이 요구되는 외부 인사와의 간담회는 독립된 공간이 있는 등 대중에 쉽게 노출되지않는 장소에서 개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일반적으로 이러한 장소는 흔하지 않고, 결국 대통령실 주변 몇몇 업소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담회 장소 명단을 일괄 공개하는 것은 기밀성이 요구되는 간담회가 자주 열리는 장소에 대한 통계자료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우려했다.


또 대통령실은 "(외부 세력이) 간담회 논의사항 등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민감 정보를 엿듣거나 녹음·도청을 시도할 수 있다"며 "국가 정상의 근무지 주변은 국제적인 정보전과 첩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정보 공개가) 국가 안전 보장, 외교, 국방 등에 직결되는 중대 보안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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