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는 '손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손상관리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손상 걱정 없는 건강한 사회'를 비전으로, 2030년까지 손상사망률 30%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질병관리청은 24일 국가손상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제1차 손상관리종합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손상'은 질병을 제외한 사고, 재해, 중독 등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모든 건강 문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2023년 한해에만 약 355만명이 손상을 경험했고, 이 중 123만명이 입원했으며 약 2만8000명이 사망했다. 손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21조원으로 추산돼 모든 질병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특히 0세부터 44세까지의 연령대에서는 손상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그간 손상 관련 정책은 교통(국토교통부), 산업(고용노동부), 학교안전(교육부) 등 부처별로 분절되어 추진됐고,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로 인해 사고 발생 시 현장 대응부터 치료, 재활, 사회 복귀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1차 종합계획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방-대응-회복'의 전 주기를 포괄하는 통합 관리체계 구축에 중점을 뒀다. '예방'은 발생 전 위험 차단, '대응'은 발생 시 즉각 대응, '회복'은 장애 악화 방지 및 회복 지원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소방청 등 14개 부처가 협력하는 범정부 대책으로 설계됐다.
정부는 우선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54.4명이었던 손상사망률을 2030년에는 38.0명까지 약 30% 낮춘다는 계획이다. 인구 10만명당 2113명인 비의도적 손상입원율도 1930명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다. 또한 중증외상 장애율의 증가세를 둔화시켜 2023년 73.8%에서 2030년에는 83% 수준으로 억제할 예정이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5대 추진전략 아래 44개의 세부과제를 마련했다. 첫째는 손상예방·관리 조사·연구 활성화다. 과학적 근거 기반 정책을 위해 흩어져 있는 손상 통계를 연계·분석하는 '손상통합정보관리시스템' 플랫폼을 구축한다. 둘째는 우선순위 손상기전별 위험요인 관리다. 가장 큰 문제인 자살 예방을 위해 자살위해물건 온라인 불법 유통 감시를 강화하고, 교통사고 중증 손상을 줄이기 위해 보행자 중심 도로환경을 조성하며, 개인형 이동수단(PM)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셋째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손상예방이다. 영유아기에는 어린이집 급식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식단 관리를 강화하고,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한다. 아동·청소년기에는 또래 생명지킴이를 양성해 자살 위기를 조기 발견하고, AI 기반 예측 모델로 학교 내 사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한다. 성인기에는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지원하고, 노년기에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연계해 가정 내 낙상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다제약물 복용으로 인한 중독사고 예방 관리를 강화한다.
넷째는 손상 대응 및 회복 지원 강화다.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하고, 병원 간 중증환자 이송을 위한 전담 구급차(Mobile ICU)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다섯째는 손상예방·관리 기반 조성이다. 중앙손상관리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17개 전 시·도에 지역손상관리센터 설치를 지원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손상은 더 이상 우연한 사건이 아닌 예방 가능한 건강 문제"라며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업으로 손상 발생 이전부터 이후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손상예방관리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센터 지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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