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관련 발언으로 중단됐던 ABC 방송의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상당수 지역에서는 여전히 방송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ABC 모회사인 디즈니가 방송 재개를 발표했지만, 미국 내 최대 지역 방송 네트워크 소유 회사들인 넥스타와 싱클레어는 방송 중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지역 방송국들은 지역 뉴스 등 개별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하는 한편 제휴를 맺은 ABC, 폭스, NBC, CBS 등 전국구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받아 함께 방영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방송국·네트워크를 소유한 회사들은 연방 정부의 주파수 사용권 허가 심사 등 각종 규제를 받는다.
앞서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방송사들은 공익을 위해 운영해야 한다"며 "방송 프로그램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나올 경우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넥스타는 현재 다른 방송사 테그나의 인수를 추진 중이며, 여기에는 FCC의 승인이 필수적이어서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넥스타는 성명에서 "지난주 ABC가 지미 키멀의 발언을 '시기상 적절하지 않은 무감각한 발언'이라고 언급한 데 따라 우리는 국가적 논의가 중요한 시점에 이 프로그램을 다른 방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정중하고 건설적인 대화 환경 조성에 전념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이 결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방송국들은 각 지역 시장에 적합한 지역 뉴스 및 기타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5일 '지미 키멀 라이브' 진행자인 키멀은 방송에서 "마가(MAGA) 세력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이 녀석을 자기네 중 한 명이 아닌 다른 존재로 규정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그것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카 위원장은 키멀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지역 방송사들에 이 프로그램 방송 중단을 요구했고, ABC 측이 무기한 방송 중단을 발표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쟁에 불을 지폈다.
다만 디즈니는 22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지미 키멀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이후 프로그램을 23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키멀은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데이나 월든 엔터테인먼트 부문 공동의장과 직접 복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BC 계열 방송국 30여개와 40여개를 각각 보유한 넥스타와 싱클레어가 방송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하면서 상당수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은 계속 송출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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