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속함은 증명했다, 이제 남은 건 꾸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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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3일 오전 11시, 한국거래소 기자실. 예정에 없던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브리핑이 열렸다. 갑작스러운 일정에 기자들이 분주히 자리를 채웠다. 합동대응단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결의가 느껴졌다.


단상에 선 이승우 단장은 "오늘 아침 압수수색과 계좌 지급 정지가 동시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왜 이렇게 급하게 브리핑을 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을 이어갔다. 긴장감 속에서 진행된 브리핑이었다.

공개된 사건은 1000억원 규모의 주가조작이었다. 종합병원과 대형학원을 운영하는 슈퍼리치와 금융 전문가들이 손을 잡은 '엘리트 집단'이었다. 그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수십 개 계좌를 동원해 분산 매매를 하고 주문 IP까지 조작했다. 통정매매만 수만 회에 달했다. 금융당국조차 '고도의 지능적인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이 단장은 "혐의 기간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며 시장을 집요하게 지배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합동대응단 출범 2개월 만에 거둔 첫 성과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속도'였다. 압수수색까지 걸린 기간은 6개월. 그는 "통상 금융감독원 단독 조사 후 공동 전환해 압수수색까지 가면 1년 넘게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간 주가조작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사·심리·제재 기능이 기관별로 흩어져 있어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내놓은 건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 '이번에는 다르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신속함을 증명했으면 이제는 꾸준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발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주가조작은 근절하기가 어렵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방식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기 때문이다.


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주가조작, 내부자 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작전세력 개입 등 불공정 거래가 만연해 있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꾸준한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1년 정도의 운영 기간을 거친 후 운영 성과, 관계 기관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해 연장 또는 상설화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브리핑을 마치며 이 단장은 말했다. "중대 불공정 거래 행위는 즉각 조사에 착수해 주가조작 세력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


그의 말처럼 남은 기간에도 신속함과 꾸준함을 이어가 궁극적으로는 조사부터 제재, 법적 고발까지 아우르는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단일기구, 한국판 증권거래위원회(SEC)로 자리 잡아 투자자들의 안전판이 되길 바란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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