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을 만나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한다.
23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구 부총리와 베선트 장관이 다음 날 뉴욕 모처에서 회동해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만남에서 양측은 한미 간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이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받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 가운데 직접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단기간에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조달할 경우 외환 시장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 부총리는 한국 경제가 받을 부담을 설명하고,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지금과 같은 협상 조건에서는 금융위기급 충격이 예상된다며 미국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뉴욕 출국 전 지난 21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달러를 인출해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한미 통화 스와프 필요성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이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최대 장애물"이라며 "혈맹 간에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 불안정한 상황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구 부총리는 이 대통령 순방 기간 중 열리는 국가 투자설명회(IR)인 '대한민국 투자 서밋' 행사일에 베선트 장관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베선트 장관의 일정 문제로 만남을 하루 앞당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구 부총리도 당초 24일로 예정된 출국 일정을 하루 앞당겨 23일 저녁 뉴욕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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