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올린의 전설 정경화. 1948년생으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기자간담회 분위기는 20대 여느 젊은 연주자들의 기자간담회보다 쾌활하고 유쾌했다. 주인공이 시종일관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간담회장에 들어선 뒤 "여기 오기 전까지 시무룩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미소가 저절로 나오네"라며 활짝 웃었다.
정경화는 오는 11월 북미 4개 도시를 순회하는 투어에 나선다. 11월2일 메사추세츠주 우스터, 5일 뉴저지주 프린스턴, 7일 미국 클래식음악 공연의 성지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고, 9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투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북미 투어에 앞서 국내에서 먼저 투어를 한다. 국내 투어는 지난 13일 평택에서 시작했으며 고양(21일)을 거쳐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통영 국제음악당에서 공연한다. 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함께한다. 케너와는 2011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14년째 함께하고 있다.
8년 만의 미국 카네기홀 공연을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가 지난 18일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한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 크레디아]
원본보기 아이콘정경화와 케너는 한국과 북미 투어에서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그리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3번,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할 예정이다.
정경화는 낭만주의 작품들이기 때문에 선곡했다고 밝혔다. "음악의 가장 높은 경지는 성악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올린은 노래하는 악기이고, 가장 아름다운게 낭만주의 작품이라고 생각해 이번 곡들을 선택했다."
북미 투어에 포함된 카네기홀은 정경화에게 특별한 공연장이다. 정경화는 1967년을 세계무대에 데뷔한 원년으로 삼는다. 그해 에드거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이스라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과 공동 우승했기 때문이다. 당시 레벤트리트 콩쿠르가 카네기홀에서 열렸다. 정경화는 이후 카네기홀에서 20차례 이상 공연했다. 그는 "다른 카네기홀에서의 연주는 잊어도 레벤트리트 콩쿠르 본선만은 잊을 수가 없다"며 "연주하면서 제일 행복을 느낀 공연장이 카네기홀""이라고 했다. "연주하는 사람에게는 음향이 무척 중요하다. 당시 카네기홀의 음향이 기가 막혔다. 음향이 자연스러웠고, 작은 소리가 홀의 끝까지 섬세하게 전달됐다."
정경화가 2017년 국제무대 데뷔 50주년 기념 연주를 한 곳도 카네기홀이었다. 당시 공연 이후 8년 만에 카네기홀에서 연주한다는 점도 이번 투어가 그에게 특별한 이유다.
지난 5월 동생 정명훈이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에 선임된 것에 대해서는 벅찬 감정을 나타냈다. 정경화는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동생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머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면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제 자신도 너무 겸손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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