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충남 논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았다.
허명숙 의원(국민의힘·비례)이 서원 의원을 겨냥해 "의원의 갑질은 시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지만, 정작 그 자신이 지난해 동료 의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요구하다 사법기관에서 처벌을 받고, 해당 부서 공무원까지 징계를 받은 사실은 애써 외면했다.
허 의원은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의회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시의원 신분을 앞세워 동료 의원이 지원 받은 보조금 내역을 빼내려 했던 과거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공무원에게 부담을 주고 징계까지 이어진 사건을 두고도, 그는 단 한마디의 반성이나 사과를 내놓지 않았다.
허 의원은 현재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윤리적 결함을 안고 있는 사람이 동료 의원들의 도덕성을 재단하고 징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 윤리 특위의 위상이 의원 개인의 행태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욱이 허 의원이 비판한 사회복지협의회 사건 역시, 본지가 확보한 녹취록에는 백성현 시장과 시청 간부가 이사진 교체를 압박한 정황이 담겨 있다.
시의회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외압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시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는 특정 의원의 '갑질'이 아니라 권력과 행정의 유착 여부를 묻는 정당한 의정활동일 수 있다.
지방의회는 감시와 견제라는 책무를 지닌 대의기관이다. 그러나 의원 스스로 도덕적 흠결을 인정하지 않고 동료 의원 비판에만 열을 올린다면, 의회의 신뢰는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 것이다. 허 의원이 동료 의원을 비난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지방의회 폐지론'이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