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더위로 인해 유럽에서 숨진 사람이 6만 2775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는 22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을 인용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글로벌보건연구소(ISGlobal)는 총인구 5억 3900만명인 유럽 32개국에서 지난해 6월 1일∼9월 30일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간 더위 관련으로 추정되는 사망은 2022년(6만 7873명)보다는 적지만, 2023년(5만 798명)보다는 23% 증가했다. 사망자 3분의 2는 남유럽에서 발생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더위가 잦았던 이탈리아가 약 1만 9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유럽연합(EU) 기후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은 유럽에서 관측 역사상 가장 더웠다. 더위는 열사병, 탈수와 같은 온열질환 이외에도 심장마비, 뇌졸중, 호흡기 질환 등 사망에 이르는 건강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더위가 직접적인 사인으로 기록되는 일은 드물기에 더위에 따른 사망자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올여름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유사한 피해 조짐은 있다. 이탈리아 응급의학회(SIMEU)는 "올해 더위가 정점에 달했을 때 일부 지역에서 응급실 이용이 최대 20%까지 늘었다"고 전했다. 알레산드로 리카르디 SIMEU 회장은 매체에 "허약하거나 기저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는 병원 치료가 더 많이 필요했고, 독감 유행기처럼 병원 서비스에 대한 압박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유럽환경청(EEA)의 제라르도 산체스는 "장기적으로 유럽의 냉방 관련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며 "더위로부터의 보호는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수 의약품처럼 취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올여름 이상 기후로 인해 유럽에서 430억유로(약 70조원) 규모의 피해가 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만하임 대학과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원들은 올여름 폭염, 가뭄, 홍수 데이터와 극한 기후로 인한 경제 피해 추정 모델을 활용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냈다. 도로, 건물, 농작물 파괴 등 기후로 인한 직접 피해와 그에 따른 생산 차질, 인명 피해, 적응 비용 등 간접 피해를 함께 추산한 규모다.
연구 결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가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각국이 올해 100억유로(약 16조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 손실은 중기적으로 300억유로(약 48조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령 가뭄으로 특정 생산품의 희소성이 커지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하임 대학의 세리시 우스만 박사는 "극한 기후 현상의 진정한 비용은 즉각적 효과를 훨씬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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