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탈출은 지능순이라더니", "공노비가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구나"
구청 공무원 3분의 1을 강제 동원해 '1대 1 의전'에 나서려 했던 울산 남구가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결국 필수 인원 약 40명만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사실상 필요 없는 계획으로 공직사회의 반발과 시민들의 비판만 키우며 구정 운영의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제 본행사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동원 계획을 뒤늦게 철회한 만큼 현장 혼선과 졸속 운영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울산 남구는 울산고래축제 개막식을 앞두고 소속 공무원 300여명에게 의전 근무를 통보했다. 남구청이 발송한 공문에는 "고래축제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불가피하게 의전 근무 대상자를 지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에 따르면 국내외 교류 도시 귀빈 담당 공무원 38명을 비롯해 1대1 의전 217명, 개막식장 안내 39명 등 총 294명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로써 울산 남구청 공무원 900여명 가운데 3분의 1이 평일 저녁 7시에 열리는 개막식과 주말 폐막식까지 내외빈 안내를 위해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대 1 의전'은 초청된 해외 자매도시 및 타 지자체 귀빈 100여명뿐만 아니라 200여명에 이르는 울산 남구지역 각종 민간·사회단체와 특정 업종 단체 관계자들까지도 의전 대상이 되면서 문제가 됐다. 특히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 새마을운동 등 관변 단체까지도 '1대 1 의전' 대상에 포함시켜 해 비판을 키웠다.
구청 소속 공무원 A씨는 KBS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축제라는데, 공무원들 부모와 자녀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고 분노했다. B씨는 "직원들끼리 ' 이러니 공무원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나오는구나'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얼마나 귀하신 분들이 오길래 공무원을 1대 1로 붙여주나 그 귀하신 분들 명단도 한번 보자" "의전에 미친 나라다"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남구청은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남구청은 22일 오전 축제 준비 회의에서 의전 교육과 1대1 의전을 모두 취소하고, 구청 총무과와 교류 도시 담당 직원 등 필수 인력 40여 명에게만 내빈 안내를 맡기기로 했다. 국내외 초청 인사만 제한적으로 안내하고, 대신 경호업체를 투입해 질서 유지를 맡긴다는 방침이다.
300명 동원이 가능하다던 계획이 40명으로도 대체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여주기식 과잉 동원'이었음이 확인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인력 축소로 인한 행사 혼선 가능성도 우려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필요 없는 의전이었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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