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학 졸업생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은 성적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이 아니었다. 기업들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창의성과 태도를 함께 갖춘 균형 잡힌 인재를 원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대학 교육이 여전히 이 같은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5일 아시아경제가 지난 15~19일 주요 30대 기업 인사·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는 근면·성실·책임감(23.3%)이었다. 전공·전문지식(20.0%)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16.7%), 직무 경험(16.7%)이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조직 적응력(13.3%)과 도전정신·열정(10.0%) 순이었다. 단순한 학력이나 어학 점수보다는 태도와 실무 역량을 우선하는 기업의 시각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이상적 인재상에 대한 응답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근면·성실·책임감(23.3%),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23.3%), 도전정신·열정(23.3%)이 동일한 비중으로 꼽혔고, 실무 역량(20.0%) 역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지식(6.7%)이나 글로벌 역량(3.3%)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 특정 기술이나 지식에만 치우치지 않고, 태도·문제 해결력·실무 역량을 균형 있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전공 분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20곳(66.7%)이 이공계·공학·정보기술을 꼽았으며, 경영·경제·금융(16.7%), 융합·신산업(10.0%)이 다음으로 많았다. 인문·언어·국제(3.3%), 법·사회과학(3.3%)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실이 설문 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기업들은 직접응답을 통해 대학이 여전히 성적과 자격증 위주의 '스펙형 인재' 양성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으로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창의성과 사회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응답 기업 상당수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이 확산하면서 학생들의 대면 활동 능력이 약화됐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팀 프로젝트나 현장 경험을 통해 길러야 할 협업 능력, 의사소통 역량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한 인사담당자는 "신입사원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창의성이 요구된다"며 "기업은 단순한 성적보다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위한 도전 정신을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열린 사고와 사회 적응력을 갖추는 동시에 조직생활에 필요한 인성과 리더십, 원만한 대인관계까지 준비된 인재가 현장에서 환영받는다"며 "대학이 이런 역량을 길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것은 전문성을 넘어선 실질적 역량이었다. 단순한 전공지식 습득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능력, 협업과 소통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태도, 그리고 조직과 사회에서 균형 있게 활동할 수 있는 적응력까지 포함됐다. 기업 관계자는 "지식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학문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