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전력 남성의 이상증세에도 비행기를 이륙시켜 뇌졸중을 오게 했다며 남성의 아내가 낸 소송에서 항공사가 100억 넘게 물어주게 됐다.
19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 언론들을 종합하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 배심원단은 아메리칸항공이 국제선 항공편에서 한 남성이 뇌졸중을 겪었을 때 자체 의료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항공사에 960만 달러(약 134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21년 1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발생했다.
당시 67세였던 요리사 헤수스 플라센시아는 항공기가 게이트에 정차해 있던 때에 뇌졸중과 유사한 증상인 일과성 허혈 발작(흔히 '미니 뇌졸중'이라 불림)을 겪었다. 소송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승무원에게 남편이 잠시 운동 기능을 잃고 "횡설수설하며 말이 어눌하다"고 알렸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의료 지원을 요청하거나 항공사의 응급 대응팀에 연락하지 않았다. 대신 기장은 이륙을 승인했다.
비행이 수 시간 지난 뒤, 플라센시아는 뇌졸중 증상을 보였다. 승무원들은 인근 승객들에게 그의 상태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지만, 기장에게 알리거나 항공기를 회항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항공기가 마드리드에 착륙할 때까지 8시간 이상이 지나 있었고, 그제야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부인은 소장에서 "비행 이후 2년이 지난 지금도 플라센시아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걷거나 식사, 목욕, 옷 입기, 화장실 사용조차도 스스로 할 수 없다"면서 "하루 24시간 전적으로 간병과 재활 치료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가족을 대리한 변호인은 승무원들이 아메리칸항공의 뇌졸중 대응 지침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지침에는 즉각적인 의료 지원 요청과 필요 시 항공기 회항이 포함돼 있다.
변호인은 "아메리칸항공이 이런 중대한 의료 비상 상황에 무책임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라면서 "플라센시아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책임을 피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아메리칸항공 측은 향후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사는 성명에서 "승객의 안전과 건강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배심원단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번 평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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