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이직 후보자의 이야기다. "채용공고는 많이 보이는 데 막상 지원하고 싶은 곳은 없어요. 제가 까다로운 건가요?" 반대로 대답한 중견기업 인사팀장의 이야기다. "지원자는 많은데 정작 뽑고 싶은 사람이 없어요.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거든요."
헤드헌팅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9월18일까지 유니코써치로의 채용 의뢰는 588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 증가했다. 채용시장 위축의 우려와는 반대 상황이나, 헤드헌터인 필자 입장에서 매칭은 여전히 어렵다.
그럼 매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력 구간을 살펴보자. 과거에는 10년 이상 베테랑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5~13년 정도 경력자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업무 숙련도는 높고, 상대적으로 연봉 부담이 적고, 조직 적응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능력이 훌륭한 20년 이상 경력자들은 젊어지는 기업 문화 속에서 채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 임원 출신 후보자의 이야기다. "경험과 노하우는 충분한데, 나이 때문에 문턱에서 걸리는 것 같아요."
회사의 규모 차이도 매칭을 어렵게 한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이렇게 토로했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후보자들은 다른 기업에서도 모셔가려고 해요. 연봉 경쟁력에서 밀리니 선택받기 어렵죠." 실제로 역량이 뛰어난 후보자는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연봉과 브랜드, 복리후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기업, 유명 기업으로 기울게 된다.
직무 요구사항의 변화도 또 다른 미스매치 요인이다. 최근 채용의뢰 과정에서 'AI 활용 가능한 기획자' '데이터 분석 가능 운영자' 같은 요구사항을 자주 본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역량들이 '필수 조건'이 되고, 기존 경력자들도 새로운 스킬을 익히지 못하면 취업이 어렵다.
기대 연봉의 차이도 큰 요인이다. 후보자는 "현재 연봉에서 최소 20% 이상은 올려주셔야 이직할 의미가 있어요"라고 하고, 기업은 "현 연봉에서 5% 정도가 한계예요"라고 한다면 매칭은 쉽지 않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최근 조사 결과인데, 리멤버에 따르면 이직 회사 선택기준으로 '커리어 성장 가능성'을 꼽은 응답자가 43.8%로, '연봉 인상률(20.7%)'을 크게 앞섰다. 단순히 돈만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 변화에 대한 대응은 무엇일까. 우선 현실적 기대치 조정이 필요하다.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기보다는 70% 정도 만족한다면 경험을 쌓는 것을 고려해 보자. 특히 5~13년 차라면 지금이 가장 유리한 시기임을 활용, 재직 중에도 꾸준히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시대에 새로운 도구와 기술의 습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네트워킹도 중요하다. 많은 좋은 기회는 공개 채용이 아닌 추천을 통해 온다. 동 업계 선후배들과 관계의 꾸준한 유지와 링크트인 같은 플랫폼의 적극 활용이 필요하다. 고년차라면 더욱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순 경력 어필보다는 멘토링이나 조직 관리 등 연륜이 필요한 역할에서의 차별화된 가치를 부각해야 한다.
채용 미스매치의 해법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기업과 구직자 모두의 '현실적 기대치 조정'에서 시작된다. 완벽한 조건 찾기보다 상호 성장할 기회 모색이란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선경 유니코써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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