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근로조건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부터 출산·육아휴직 보장까지 전반적인 노동권 사각지대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기본 노동조건 준수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7월1일부터 7일까지 만 19세 이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 64.6점이었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응답자(82명)는 평균 72.0점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보였고, 300인 이상 사업장 종사자(190명)도 69.4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5인 미만 민간 사업장에 재직 중인 응답자(176명)는 평균 55.6점에 그쳐, 대규모 사업장과 15점 이상 격차를 보였다.
특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항목뿐만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최소한의 법적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서 작성, 임금명세서 제공, 4대 보험 가입, 최저임금 지급, 해고 예고 등 필수 항목에서조차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항목별로 보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예방 교육' 항목의 점수는 47.0점으로 전체 평균보다 14.4점 낮았고, '출산휴가 보장'과 '육아휴직 보장'은 각각 48.6점으로 13점, 12점 차이를 보였다. '괴롭힘·성희롱 신고 절차 마련'(46.4점), '주휴수당 지급'(53.3점)도 큰 차이를 보이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드러냈다.
조사에 포함된 항목은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임금명세서 교부 ▲4대 보험 가입 ▲최저임금 지급 ▲연장·야간근로수당 지급 ▲주휴수당 ▲휴게시간 보장 ▲연차휴가 ▲출산휴가·육아휴직 보장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및 신고 절차 등 총 20개 항목이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관계법의 주요 조항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형성돼 있다"며 "소규모 사업장에서조차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적 의무가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세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약속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며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모든 노동자에게 동등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을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취업자 인구 비율에 따라 비례층화표집 방식으로 표본을 구성했고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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