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트럼프에 "명예훼손 소장 너무 장황…다시 써오라"

트럼프, NYT에 21조원 규모 명예훼손 소송
판사 "85쪽 분량 소장, 40쪽으로 줄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낸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담당한 판사가 원고 측에 소장을 다시 작성하라고 명령했다. 소장이 너무 장황하고 모호한 데다 불필요한 정치적 주장을 과도하게 담았다는 지적이다.


19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탬파 연방지방법원의 스티븐 D. 메리데이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제출한 85쪽짜리 소장이 "지나치게 길고 부적절하다"면서 연방법원의 민사 소송 절차 규정에 따라 소장을 다시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메리데이 판사는 원고 측이 제출한 단순한 두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고소장이 85쪽에 이른다면서 "첫 혐의는 80쪽에, 두 번째 혐의는 83쪽에 이르러서야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트럼프 측에 새 소장을 28일 이내에 제출하되 40페이지 이내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낸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담당한 판사가 원고 측에 소장을 다시 작성하라고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낸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담당한 판사가 원고 측에 소장을 다시 작성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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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데이 판사는 고소장의 문장과 표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절망적으로 훼손되고 더럽혀진 '그레이 레이디'(NYT를 일컫는 오래된 관용어)의 저널리즘적인 신(新)저점', '진정한 거울로서 보도하기보다는 정파적인 창(槍)으로 명예를 훼손하려는 절실한 필요' 등의 표현을 예로 들었다. 메리데이 판사는 "고소장은 비난과 욕설을 위한 공공의 장이나 정치집회의 열정적 연설을 위해 마련된 연단, 홍보용 메가폰, 하이드파크 연설 코너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모든 대리인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한 '하이드파크 연설 코너'란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 있는 자유 발언대로, 19세기부터 시민이나 명사들이 자유로운 주제로 대중 정치연설을 하는 연단으로 유명하다.

NYT는 메리데이 판사의 명령에 대해 "소장이 법률 문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문건이라는 점을 인정한 판사의 신속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측 대리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의 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라 강력한 소송을 통해 가짜 뉴스에 대한 책임을 계속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NYT와 소속 기자 4명, NYT 기자 2명이 쓴 책을 출간한 펭귄 랜덤하우스 출판사 등을 상대로 150억달러(약 20조7000억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측은 NYT가 자신과 가족,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등에 대한 악의적인 거짓 보도를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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