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사회당 소속의 파리 시장이 판공비로 명품 의류를 구매하고 해외 출장에 수억원을 지출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일간 르피가로, BFM RMC 등에 따르면 이날 비정부기구(NGO) 시민투명성협회(이하 협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0년 6월부터 2024년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판관비로 명품 의류를 구매하는 데 8만4200유로(1억3780만원), 해외 출장 경비로 12만5000유로(2억457만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지난해 3월부터 파리시를 상대로 정보 공개를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받는 지출 내역 자료를 보면 이달고 시장은 지난해 3월21일 2800유로(약 460만원)를 주고 명품 브랜드 디올의 드레스를 구매했다. 같은 해 6월12일에도 디올에서 3520유로(약 577만원)짜리 드레스를 구입했다. 2023년 11월엔 버버리 코트 구입에 3067유로(약 502만원)를 지출했다.
BFM RMC는 "이달고 시장은 지금까지 스스로 내세운 '투명성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시민단체 등의) 압박을 받지 않는 이상 업무 관련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시민단체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끝에 파리 시민들은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이달고 시장이 약 8만4200유로 상당의 쇼핑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달고 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옷도 판공비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고 시장은 2023년 12월15일 153유로(약 25만원) 의 스웨터와 180유로(약 29만원)의 드레스 등을 샀다. 이달고 시장이 이 시기 의류 구매에 쓴 판공비는 총 7만5000유로(1억227만원)에 달한다.
2020~2024년 출장 경비로는 12만5000유로를 지출했다. 그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뉴욕을 방문하며 1만34유로(1642만원), 9810유로(1606만원)를 지출했다.
또 2021년 패럴림픽과 관련해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가 1만2687유로(2076만원)를 사용했고, 2023년 10월에는 남태평양 프랑스령 타히티를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타히티 방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달고 시장이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정을 2주나 연장했음에도 SNS에는 마치 파리로 복귀한 듯한 게시물이 올라오면서다. 이에 당시"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파리시 측은 "파리 시장은 일 년 내내 수많은 공식 행사에 참석하고 연중 외국 정상들과 대표단을 접대한다"며 "판공비로 구입한 의류는 이런 목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윤리위원회가 정한 기준을 준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오를레앙 베롱 프랑스 파리 시의원은 "이달고 시장 측은 '파리 시장은 해외에서 프랑스를 대표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파리 시의회는 해당 해외 출장에 대해 별도의 공식 위임이나 의결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논란을 넘어 이달고 시장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랑스 남동부 지역 일간지 르 도피네 리베레는 프랑스 반부패 단체 'AC(Anticorruption)가 이달고 시장을 상대로 이해충돌 및 공금 유용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의혹으로 이미 지난해 3월 파리 시청 압수수색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프랑스 금융검찰청(PNF)은 프랑스 독립언론 메디아파르에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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