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자컴퓨터 대장주로 불리는 아이온큐의 주가가 최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이온큐의 주가는 올해 초까지 양자컴퓨터 개발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국내투자자들이 6조원 가까운 매도세를 보이며 부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이온큐의 양자기술이 방위 및 안보분야로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3월 저점 대비 2.6배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상용화 전까지는 급등세를 뒷받침할 실적이 나오긴 어려운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나스닥거래소에서 아이온큐의 주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66.81달러를 기록해 이달 11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11일 이후 단기간에 주가가 42% 상승했다. 지난 3월10일 기록한 연중 최저가인 18.27달러 대비로는 265.68%나 급등했다.
아이온큐의 주가는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연초 이후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3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일명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투자자들도 양자컴퓨터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올들어 아이온큐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예탁결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8일까지 국내투자자들이 매도한 아이온큐 주식은 41억1106만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해외주식 종목 중 테슬라, 엔비디아에 이어 세번째로 많이 매도됐다.
아이온큐는 2015년 크리스토퍼 먼로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와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공동창업한 양자컴퓨터 개발 기업이다. CNBC에 따르면 아이온큐는 이온을 전자기장을 통해 잡아두는 이른바 '이온트랩(Ion Trap)' 방식을 활용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디지털 방식 컴퓨터에 비해 연산처리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컴퓨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이온큐는 2021년 10월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미국 양자컴퓨터 분야 대장주로 불려왔다. 이온트랩 방식 양자컴퓨터 기술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많은 투자금액이 유치됐다. 올해 7월 실시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현재 아이온큐가 보유한 현금은 16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실적은 아직 부진하다. 지난해 3억3160만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손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1분기에는 3230만달러, 2분기에는 1억775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양자컴퓨터 기술개발 관련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양자컴퓨터 상용화 및 판매실적을 기록하기 전까지는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아이온큐의 급격한 반등을 이끌고 있는 호재는 방위·안보 분야로의 진출이다.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안보분야 양자기술 수요가 뒷받침 되면서 매출증대는 물론 기술 투자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이온큐는 지난 10일 미국 연방정부와의 협업을 전담할 조직인 '아이온큐 페더럴'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아이온큐는 미국공군연구소,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 미국의 방위분야 국책기관들과 함께 국방 및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활용할 양자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국방부로부터 네트워크형 양자 컴퓨팅 시스템 설계를 수주했고, 미국 에너지부와는 우주분야 양자기술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아이온큐가 맡게된 미 정부 관련 계약 규모는 1억달러에 달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반등세만 보고 아이온큐를 비롯한 양자컴퓨터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투자회사인 페이서 ETF의 숀 오하라 대표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양자컴퓨터 관련주들이 일제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주가가 계속 순항할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며 "양자컴퓨터 분야가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여전히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가 언제 될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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