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몰린 금융을 생산적으로 전환시켜서 경제 불균형을 완화하고 성장잠재력도 키우겠다. 지대(地代)에 돈이 가게 하기보다 임금, 이윤 등 더 생산적인 데 기여하도록 돈의 흐름을 바꾸자는 것이다."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은 과도하게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금이 부가가치가 큰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도록 지속적인 유인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자금이 기업과 신성장동력 산업군으로 이동하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한편 일자리가 늘고 경제 양극화도 완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자연스럽게 장기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가 넘는 수준까지 늘어난 민간부채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6·27 수요대책'과 '9·7 공급대책'에 이어 부동산 세제를 이용한 대책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이미 준비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하 수석은 특히 앞으로는 부동산 금융 쪽에 관심을 갖고 물샐틈없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금융에 초점을 맞춘 수요 대책을 기본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뿌리 뽑고자 '부동산 시장 감시조직'을 신속 구성하는 한편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지방우대 정책 패키지'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예상치는 0.9%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1%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30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세부 내용을 두고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외환시장 안정성, 국민경제 미치는 부작용 등을 모두 따져가며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미국의 무리한 관세 부과로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지원을 포함해 무역보험(270조원),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특화지원(5700억원), 수출 바우처(4200억원)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하 수석과 일문일답.
구조적 문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됐는데, 금융위기로 기업 자금 수요가 줄어드니 돈이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한편으로 정부 정책이 비교적 재정을 안 쓰는 쪽으로 흘러왔다. 일종의 재정 보수주의. 재정을 안 쓰면 금융을 써야 하는데, 금융기관들은 안전한 데 돈을 보내고 싶으니 부동산으로 자금을 보냈다. 정부가 이걸 생산적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하고 시장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불균형이 많이 쌓였다.
이걸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 생산적 금융을 많이 얘기하지 않나. 그것도 부채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생산적 부문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경제 활력을 얻으면 양극화도 완화되지 않겠나. 그럼 불균형을 가져온 근본적 요인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가 수치를 관리하기는 어렵다.
이론상 어디까지 가능하다 정해진 건 없다. 연구를 종합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재정 여력은 있다. 중요한 것은 성장잠재력이다. 돈이 없어서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지금은 국가가 돈을 쓰면 효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빚을 무제한 늘릴 수 없고, 무제한 늘리겠다는 것도 아니다. 국가채무비율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안정됐다가 다시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들이 있다. 지금은 안정된 상황에서 약간 오르락내리락하는 국면인 것 같다. 일부 지역에서는 올라가는 모습도 보이기는 한다. 서울 한강벨트 일부 지역이다. 필요한 대책이 있으면 다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물샐틈없이 하겠다. 예전에는 가계부채 대책을 금융 측면에서 접근했다. 관리하긴 했지만 빈틈이 많았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규제에서 빠졌고. 이번에는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다 파악해서 물샐틈없이 대책을 하겠다. 또 기본적으로 수도권 주택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수도권 주택수요를 분산시키려고 노력하고, 지방 우대 정책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전세라는 게 사금융 아닌가. 시장원리에 맞는 금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누가 필요하다고 해주면 (대출을) 해준 측면이 있다. 좋은 취지로 했는데 부작용들이 생긴다. 악용하는 사람도 생기고. 가계대출에 접근할 때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너무 왜곡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택시장과 주택금융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조정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지금 0.9%로 정부가 예상하는데 흐름대로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성과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 소비심리는 7~8년 만에 최고로 좋아진 상태다. 건설경기가 안 좋지만 회복 과정이라 생각된다. 내년에는 1%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자금 지원을 늘리고 싼 금리로 대출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무역보험도 최대인 270조원으로 했다. 철강 알루미늄 등은 특화지원 5700억원이 있고 수출바우처는 4200억원을 마련했다. 협상이 어떤 식으로 가느냐에 따라 지원 내용은 바뀔 수 있다.
(협상 타결이) 지난 7월30일에 나왔다. 이후 외환시장 흐름을 보면 환율이 다르게 움직이는 게 보인다. 벌써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대미투자가 돈을 미국에 보내는 것인데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떤 식으로 협상이 완전히 타결될지 지금 얘기하기 어렵지만 분명 외환시장에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외환시장의 불안은 미국도 원하는 게 아닐 것이다.
75조원을 정부가 하는데 보증채권을 활용한 투자다. 오는 12월10일 시행 예정이다. 본격적인 투자는 내년에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프로젝트를 발굴해서 직접 지분투자, 간접 지분투자, 인프라 투자 융자, 초저리 대출을 한다. 기업이 해야 하는데 위험해서 못 하는 것들이 많아 정부가 한다. 인공지능(AI) 인프라도 개별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대대적으로 할 생각이다. 과거 펀드와 차별점을 찾는다면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괜찮은 이익을 얻도록 설계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산업구조조정이 이해관계 충돌을 수반한다. 어떤 곳에서는 치킨게임도 일어나는데 그러다 같이 죽는다. 결국 서로 조금씩 양보해 같이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지금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산업계에서 풀어달라는 게 있는데 우리가 (방안을) 갖고 있고 지원해줄 것들은 나름 준비돼있다. 여러 수단도 있다. 지금 그걸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금융은 국가가 면허를 준 산업이다. 엄청난 특혜다. 그런 공적 자원을 쓰는데 약탈적 금융을 하면 안 되지 않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정책금융은 서민에게 재정으로만 복지를 줄 수 없으니 발달하는 것인데, 적어도 취지에 맞게 운용하는 게 좋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론 성실히 돈 잘 갚은 사람들이 우대받아야 한다는 큰 원칙을 흔들거나, 일부러 안 갚는 사람을 우대하자는 게 아니다.
한국이 옛날에는 성장의 모범이었는데, 지금은 저성장으로 가면서 지대추구 활동을 많이 한다. 부동산도 그렇고, 중간착취도 많고, 불법하도급 등 불공정도 많다. 성장이 잘 안 되니 반칙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옛 제도도 지금과 안 맞다. 고도성장 개발 시대에 만들었던 것들인데 지금은 오히려 부작용 일으킨다. 예전에 만들어진 여러 제도가 이런 식으로 (좋지 않게) 흘러가는구나 하고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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