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냉장고서 '1050원 과자' 먹고 재판행…판사도 변호사도 "이게 뭐라고"

사무실 냉장고서 1000원어치 과자 먹었다가
'절도'로 5만원 벌금형 받은 화물차 기사
재판장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사실 사건을 따지고 보면 400원짜리 초코파이랑 650원짜리 커스터드를 가져가서 먹었다는 건데…"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41)의 절도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은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면서 멋쩍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앞서 전북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화물차 기사인 A씨는 지난해 1월18일 오전 4시6분 회사 내 사무실의 냉장고 안에 있던 40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를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평소 동료 화물차 기사들이 '냉장고에 간식이 있으니 먹어도 된다'고 했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절도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피고인에게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김 부장판사는 사건 기록을 살펴보곤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그건 그거고 1심 판결이 나왔으니 항소심에서도 이 사건이 절도 혐의가 성립되는지 따져보겠다"고 했다.

A씨의 변호인은 "저희가 금액이 적은 사건인데도 항소심 법정으로 가져온 것은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장소는 초코파이와 커스터드가 든 냉장고 옆에 정수기가 있는 누구든 왕래할 수 있는 사무실"이라며 "CCTV를 봐도 피고인이 사무실에 들어갈 땐 망설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료수나 과자는 공개된 장소에 있는 물건인데 구태여 이걸 일일이 허락받고 먹으라는 게…"라면서 "진짜 과자를 훔치려고 했다면 (상자를) 통째로 들고 가지 초코파이 한 개, 커스터드 한 개 이렇게 갖고 가겠느냐"고 고개를 내저었다. 변호인은 "사실 이게 뭐라고…"라면서 "배고프면 과자를 먹으라고 해놓고 절도의 고의가 성립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가 악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법리적으로 문제 될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보겠다"면서 변호인이 이날 신청한 증인 2명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음 항소심 재판은 다음 달 30일 열린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