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70% "관세협상 조속히 타결돼야"

한미간 협상 장기화 땐
경영 계획·투자 일정 차질
車업계 "관세 15% 절실"
조선업계도 '마스가' 부담
통상전무가들 "신중한 접근"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 최종 합의가 지연되면서 국내 주요 10개 기업 가운데 7곳이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기업은 "불리한 조건인 만큼 서두르지 말고 협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반응도 내놨는데, 협상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한결같이 우려를 나타냈다.


아시아경제가 18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관세협상 합의 시점을 묻자 7개 기업은 협상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경영 계획 수립과 투자 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의견을 내기 보다 관세협상을 조용히 관망하고 있는데, '빠른 타결이 필요하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기업 관계자는 "피해를 직접 떠안는 기업들이 보상도 없이 장기간 관세를 버티기는 어렵다"며 "합의를 서둘러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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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자동차에 비해 관세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자동차 업계는 특히 민감하다. 업계 관계자는 "묵묵히 정부 협상을 지켜보고 있지만 관세 15%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관세 문제가 길어지면 글로벌 공급망과 현지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미국 완성차 공장과 전기차 생산 라인에 공급되는 한국산 부품이 제때 들어가지 못하면 완성차 업체의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제조업 부활의 핵심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맡은 조선업계도 협상 지연에 따른 부담을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늦어지면 필리 조선소 투자와 생산 계획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국익 차원에서 협상이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박뿐 아니라 건설기계, 변압기 등 다양한 품목을 수출하는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리스크가 커진다"며 조속한 타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50%의 고율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철강업계도 이번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 향방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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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는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계획에 직접적인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기업 관계자는 "투자펀드와 이익 배분 문제가 남아 있지만 협상 장기화는 불확실성을 키울 뿐"이라며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이외 지역 수출 비중이 크지만 업황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장기간의 협상 지연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속한 타결을 바라는 산업계 분위기와 달리 통상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자동차 관세 15% 완화에만 매달리면 다른 산업의 이해를 희생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가 전체 차원에서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으로 발언마다 계산이 깔려 있다"며 "한국은 더 꼼꼼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자동차 관세가 핵심 쟁점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에서 불리하지 않게 협상을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수출 다변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협상이 한국 산업의 생존과 정부 통상외교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분명한 레드라인을 갖고 협상에 임하되, 산업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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