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엔비디아 칩 불매 지침…매출 차질 불가피

엔비디아 최신 AI칩 사용 자제 지시
2020년 멜라녹스 인수건에도 반독점 협의 제동
엔비디아, 중국 매출 비중 13%

중국 인터넷 규제당국이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사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하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내 매출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약 13%를 차지한 핵심 시장으로, 단기 실적에 큰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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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등 기업들에 저사양 중국 전용 AI 칩 'RTX 6000D'의 테스트와 주문을 이번 주부터 중단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칩은 산업용 AI 애플리케이션(앱)을 위해 설계된 것으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월 베이징 방문 당시 직접 선보였던 제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부상한 엔비디아를 겨냥한 연쇄 압박의 일환"이라며 "미·중 무역 전쟁이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더욱 깊숙이 끌어들였다"고 전했다.


이 조치는 중국 당국이 작년부터 제한 중인 고성능 AI 칩 'H20'에 대한 조치를 넘어서는 강력한 규제다. H20 규제가 특정 칩에 국한됐다면 RTX Pro 6000D 지침은 엔비디아 칩 전반을 겨냥한 더 강한 규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H20 수출을 통제했다가 지난 7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판매가 일부 허용됐으나 실제 출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는 수출 승인 조건으로 미국 정부에 대중국 판매 매출액의 15%를 납부하기로 합의했으나 이에 대한 규정 마련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번 주 중국 당국은 엔비디아가 2020년에 완료한 멜라녹스 인수 건과 관련해 자국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예비 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중국의 이번 조치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끌려다니며 엔비디아의 구형 칩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이자, 미·중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런던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황 CEO는 "우리가 그 나라가 원할 때만 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에 크게 기여해왔기에 실망스럽지만 미·중 간 더 큰 의제가 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중국 사업 상황을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표현하면서 "중국은 앞으로 재무 전망에서 제외하라고 애널리스트들에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으로 보인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가 올해 중국에서 RTX Pro 6000D와 H20을 포함한 어떤 신제품에서도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2.6% 하락한 것도 투자자들이 이러한 단기 매출 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엔비디아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은 약 13%에 달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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