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8일(현지시간) 올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노동시장이 정말로 냉각되고 있다"며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이 고용 둔화임을 분명히 했다. Fed는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번 조치가 "위험 관리 차원의 인하"라고 언급하며 연속적인 추가 인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주장한 위원이 1명에 불과했고, 연내 추가 인하 횟수를 두고 위원들 간 의견 또한 엇갈리면서 시장은 이번 금리 결정을 본격적인 통화완화 사이클 진입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예상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었다는 평가 속에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연방기금금리를 연 4.0~4.25%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금리를 내린 뒤 9개월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 다시 내린 것이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금리 인하이기도 하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줄었다.
Fed는 이번 정책결정문에서 "경제 활동 성장이 상반기 완화됐다"고 표현한 뒤 "일자리 증가가 둔화됐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상승했고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위원회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이중 책무의 양쪽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고용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고용 둔화를 금리 인하의 직접적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는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FOMC 위원 중 11명이 찬성했다. 처음 참석한 '트럼프 경제 책사' 스티븐 마이런 이사만 빅컷을 주장하며 예상대로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7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반대했던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당초 빅컷 지지가 예상됐으나 이번에는 다수 의견에 동의했다.
향후 금리 전망과 관련해 Fed는 올해 10월과 12월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총 두 차례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 6월 점도표 전망보다 한 차례 늘어난 수준이다. 또 2026년과 2027년에도 각각 0.25%포인트 인하가 예상됐다. 시장은 내년 2~3회의 금리 인하를 전망했지만, Fed 예상은 1회에 그친 것이다. 경제전망요약(SEP)에서 Fed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4%에서 1.6%로 상향했고 연말 실업률은 4.5%,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3.1%로 종전 전망을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노동 수요가 약화됐고 최근 일자리 창출 속도가 실업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노동시장이 더 이상 매우 견조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성장률 둔화로 인플레이션 위험은 예상보다 작아졌고 지금은 고용 하방 위험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관세 부담을 주로 수입업체가 흡수했고, 소비자 전가 효과는 예상보다 작고 느렸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업이 가격 전가 속도를 높일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파월 의장이 이번 인하를 "위험 관리 차원의 인하"라고 설명한 부분이다. 시장은 이 발언을 다소 매파적으로 받아들이며 경기 침체에 대비한 보험적 성격이 강한 선제 조치란 의미로 해석했다. 그는 "지금은 위험 없는 길이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빅컷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없었다는 점도 확인했다.
월가에서는 Fed가 연속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의 대니얼 실룩 글로벌 단기·유동성 부문 책임자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점도표는 올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시사했지만 파월 의장은 그 의미를 축소했다"며 "그는 전망이 노동시장 위험으로 결정적으로 기울었다기보다 '더 균형 잡혔다'고 표현했다. 시장은 완화적 기조를 환영할 수 있겠지만 이번 메시지는 여전히 미묘하고 본격적인 피벗(정책 전환)과는 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Fed의 점도표에서도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전망이 나왔지만 위원 간 의견 차이는 컸다. 전체 FOMC 위원 19명 중 7명은 올해 추가 인하가 불필요하다고 봤다. 2명은 연내 1회(0.25%포인트), 9명은 2회(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지지했다. 연내 총 1.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주장한 위원도 1명 있었는데, 마이런 이사로 추정된다. 이처럼 의견이 갈리면서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논의가 치열할 전망이다.
월가는 앞으로 나올 고용·물가 지표가 금리 인하 속도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본다.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의 지나 볼빈 사장은 "Fed의 이번 0.25%포인트 인하 조치는 피벗이 아닌 신중한 조치"라며 "앞으로 나올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가 Fed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57% 상승했으나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1%, 0.33% 하락했다. 국채 금리는 오름세다. 10년물은 전일 대비 6bp 오른 4.08%, 2년물이 4bp 상승한 3.55%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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