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성동·강동·과천·분당, 집값 '도장깨기’…규제 앞두고 '막차전쟁'[부동산AtoZ]

거래절벽인데 신고가 행진…‘막차 수요’가 집값 밀어올린다
강남 막히자 마포·성동·강동·과천·분당으로
토허구역 풍선효과에 30억클럽, 25억클럽 속속
“언제 규제 칠지 몰라”…현장 "계좌가 안 나온다"

강남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재지정된 가운데, 비규제지역 중 서울 마포·성동·강동과 경기 과천·분당의 대장 단지들의 집값이 출렁이고 있다. 국민평형(전용 84㎡) 집값이 30억원을 넘어서는 등 신고가 '도장 깨기'가 한창이다. 6·27 대출 규제 효과가 사라지고 9·7 공급대책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이 단지들도 토허구역 등 규제로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오히려 '막차 타기' 수요까지 집중되는 모습이다.

고덕그라시움, 1년 만에 24.5%↑…'어포삼'도 현실로
'30억원 클럽' 진입 얘기가 나오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연합뉴스.

'30억원 클럽' 진입 얘기가 나오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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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25억4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대출 규제 이전인 6월 14일 처음 25억원에 거래됐다. 이후 비슷한 금액대의 거래가 끊기며 '물린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받았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에 지난해 최고가(20억4000만원) 대비 24.5%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주변 대장 단지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상승세를 입증했다.


강동의 '대장 중 대장'인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최근 전용 84㎡가 3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직 실거래 등록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공인중개업소들은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현재 공식 최고가는 지난 7월2일 거래된 29억8400만원이다. 한 중개업소는 블로그에 "올파포 32억5000만원, 또 신고가 경신"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4단지 중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3단지 로열동·로열층 물건으로 안다"며 "그간 나오지 않았던 귀한 매물이 나오자 가격이 치솟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청약 당시 분양가(84㎡ 12억3600만~12억9330만원)와 비교하면 세 배 정도 되는 가격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어포삼(어차피 포레온은 30억원)'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곳은 분양 당시 약 1400명의 계약 포기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던 단지였다.

옥수·행당도 25억 아파트 속속…마포·과천, 30억 클럽 '성큼'
마포·성동·강동·과천·분당, 집값 '도장깨기’…규제 앞두고 '막차전쟁'[부동산AtoZ] 원본보기 아이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규제지역을 제외하고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과천(11.72%)이었다. 이어 성동(10.06%), 마포(7.85%), 분당(7.78%)이 뒤를 이었다. 강동은 7위(6.47%)였다. 각 지역 대장 단지들은 지난해 최고가 대비 17% 이상 오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동과 함께 성동·마포가 '한강벨트'의 열기를 이끌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의 옥수하이츠 전용 84㎡는 지난 10일 25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9월 4일·25억1000만원)와 함께 '25억원 클럽'에 합류했다. 기존에 성수동을 제외하면 성동구에서 국평 기준 25억원을 넘었던 단지는 옥수 e편한세상파크힐스(6월·25억2000만원)가 유일했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거의 없다. 토요일 보고 일요일 바로 계약은 기본이고, 아예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넣는 경우도 많다"며 "계좌 받으려고 혈안이 된 분위기"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마포에서는 '30억원 클럽'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2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5월 25억7800만원)를 훌쩍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도 27억6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경기도에서는 과천의 푸르지오써밋 전용 84㎡가 지난달 30일 27억원에 거래되며 과천 최초의 '30억 단지' 기대를 키우고 있다. 분당 봇들8단지 84㎡는 25억7000만원(12일) 거래로 분당 유일 '25억원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굳혔다.

토허구역 '풍선효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토허구역으로 인한 '풍선효과'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강남3구, 용산 등 핵심지가 토허구역으로 묶이니 수요가 과천, 분당 등 비규제지역의 대장주로 몰리는 것"이라며 "토허구역은 수요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전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 3개월간 재지정했다. 시는 "이번 강남3구, 용산구 재지정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여기에 9·7 대책으로 국토부 장관이 직접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점도 '막차 타기'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은 "정부가 언제든 원하는 지역을 기습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던진 셈"이라며 "규제 지정 이전 집을 사려는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거래량은 많지 않지만, 주요 단지들이 전고점을 계속 돌파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추가 규제가 나오기 전 '똘똘한 한 채'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성동·강동·과천·분당, 집값 '도장깨기’…규제 앞두고 '막차전쟁'[부동산AtoZ] 원본보기 아이콘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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