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덴마크군이 프랑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그린란드에서 합동 군사훈련인 '북극광 훈련(Arctic Light)'을 벌이는 모습. 미국은 군사감시단을 파견했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덴마크군이 그린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 합동훈련을 벌이면서 올해 초 새로 구축한 북극특수부대의 군사능력을 과시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더욱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최근 그린란드에 공작원을 파견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덴마크의 군사적 경계심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15일(현지시간) 덴마크군이 그린란드에서 가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의 합동 군사훈련인 '북극광 훈련(Arctic Light)'에서 함정 침투 훈련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덴마크 정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그린란드 일대에서 프랑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합동 군사훈련인 '북극광 훈련(Arctic Light)'을 개최했다. 550여명의 병력과 군함, 전투기 등이 함께 파견된 이번 훈련은 그린란드에서 열린 군사훈련 중 가장 큰 규모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는 군사감시단을 파견해 해당 훈련을 참관했다.
훈련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대는 덴마크군이 올해 1월부터 새로 구축한 북극특수부대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올초 23억달러(약 3조1700억원)을 들여 북극사령부에 신규 해군 함선 3척과 장거리 감시 무인기(드론), 첩보 위성 등을 추가해 북극특수부대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부대는 지난 3월부터 그린란드에 배치돼 현지에서 훈련을 이어왔다.
덴마크군은 이번 훈련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쇠렌 안데르센 덴마크 합동 북극사령부 사령관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다른 곳에서 군대를 증강할 것임은 명확하다"며 "러시아는 지난 20여년간 북극에서 세력을 확대해왔고 이 지역에서 확실히 초강대국이라 불릴만한 전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수십년간 중동에서 훈련과 작전을 통해 미국과 협력해왔고, 미국의 그린란드 군사기지인 피투피크 기지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덴마크가 실제 그린란드에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은 러시아보다 미국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가 당장 군사적으로 그린란드를 위협하기에는 지리적인 여건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CNN은 덴마크 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그린란드 주요 도시들이 위치한 서부지역까지 러시아군이 오려면 그린란드 중앙의 거대한 산악지형을 넘어와야하는데 혹독한 기후 등을 고려하면 공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알래스카 일대에선 위협이 될 수 있어도 당장 그린란드에 군사적 위협을 주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미국 정부의 위협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덴마크 국영방송 데에르(DR)는 지난달 27일 덴마크 정부 및 미국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최소 3명의 미국인이 그린란드에서 여론 조작을 위한 영향력 공작을 펴왔다"며 "이들은 미국에 우호적인 그린란드 주민들과 반대 인물들의 명단을 수집하고 그린란드 정치인, 기업인들과의 접촉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덴마크 정부도 보도 내용의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 주 덴마크 미국 대사 대리를 지난달 28일 초치하기도 했다.
향후 덴마크 정부가 미국의 그린란드 편입 시도를 더욱 강하게 경계하면서 양국 관계가 멀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그린란드 매입, 캐나다 합병과 파나마 운하 반환 등 영토확장에 나서겠다는 위협을 했고 특히 그린란드는 군사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며 "덴마크 정부는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을 저지시키는 일이 여전히 가장 시급하고 걱정스러운 외교적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