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국내 첫 국제영화제로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을 맞았다. 문화 불모지라는 평가를 받던 부산에서 시작된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 중심의 비경쟁 영화제로 기반을 다졌다. 수영만 야외극장과 남포동 광장, 해운대 바닷가 포장마차 등 영화제만의 독특한 현장도 만들어냈다. 검열과 상영작 논란을 거치며 성장해 어느덧 아시아 영화의 중심이자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만남의 장이 됐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7일 부산 전역에서 열흘간 막을 올린다. 올해는 상영 규모를 늘리고 경쟁 부문을 새로 만들었으며, 세계적 거장과 스타, 관객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로 꾸민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논의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30주년을 맞아 모두가 행복한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공식 상영작은 총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열일곱 편 늘었다. 연계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328편이다.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로, 베네치아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이어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한다. 주연 배우 이병헌이 개막식 사회를 맡아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세계적 거장 작품들도 대거 온다.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와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를 만날 수 있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도 국내 관객과 만난다.
장르 영화들은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서 나흘간 심야 상영한다. 일본 공포게임 원작 '8번 출구', 밀라 요보비치 주연 '프로텍터', 에단 코엔 감독의 '허니 돈트!' 등이 기다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은 관객이 OST를 따라 부르는 체험 이벤트로, 20일 동서대 소향씨어터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 최대 변화는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 신설이다. 아시아 주요 작품 열네 편을 초청해 대상·감독상·심사위원특별상·배우상·예술공헌상 등 다섯 부문 수상작을 가린다. 심은경 주연 '여행과 나날', 임선애 감독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장률 감독 '루오무의 황혼' 등이 경쟁한다. 나홍진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고, 홍콩 배우 량자후이, 인도 배우 겸 감독 난디타 다스, 배우 한효주 등 일곱 명이 심사에 참여한다.
세계적 스타들도 부산으로 온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쥘리에트 비노슈는 15년 만에 레드카펫에 서고, 기예르모 델 토로와 션 베이커 감독도 내한한다. 밀라 요보비치 역시 8년 만에 부산영화제에 참석한다. 박찬욱·이창동·봉준호 감독은 '스페셜 토크'에서 영화 제작 경험담을 들려주고, 소설가 은희경, 손석희 앵커, 배우 강동원은 관객과 '인생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풍성한 프로그램 속에서 영화제 측은 한국 영화계의 현주소도 되짚는다.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현재 한국 영화가 위기에 처해있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기념비적이면서도 역대 최고, 최다를 기록하는 이번 영화제로 한국 영화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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