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 규모는 줄었으나, 주택시장의 추세적인 안정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데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안정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 지배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집값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으나 강남권과 한강변, 신축 등 키워드를 낀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여전히 뚜렷한 만큼, 집값 변수가 10월 금리 결정에도 여전히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 한은이 공개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상당수는 지난달 금리 결정에 앞서 주택시장을 둘러싼 심리 안정 여부를 확인한 후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경기 부진과 금융 불균형 간 상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안정에 보다 무게를 둔 것이다.
한 위원은 "6·27 대책 등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큰 폭 줄어들었고 주택 가격 상승률도 둔화하는 모습"이라면서도 "금융 여건 완화 기대, 주택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한 데다, 과거 대책 발표 이후에 비해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금융 불균형의 추세적 안정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공급 제약, 실거주 수요 지속, 국내외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추가 투자 수요가 잔존 등으로 아직 추세적인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위원도 "서울 선호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남아 있는 만큼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또다른 위원 역시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이지만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리스크가 다시 높아질 우려에 유의해야 한다"며 "현시점에서는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안정의 지속성에 중점을 두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10월 금리 결정에도 집값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0.45%로 집계됐다. 6월(0.95%)과 7월(0.75%)과 비교해 둔화했으나, 여전히 오름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특히 송파구(1.20%), 용산구(1.06%), 성동구(0.96%), 서초구(0.61%), 마포구(0.59%) 등의 오름세가 뚜렷했다. 신축, 재건축 예정 단지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는 등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9월 2주 기준으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올라 전주(0.08%)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한편 국내 경제 성장률이 반도체 주도의 수출 호조와 민간소비 회복으로 반등한 점은 8월 금리 동결에 대한 부담감을 줄였다. 대부분의 위원은 당분간 경제 심리 개선,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에 힘입어 소비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다만 건설 경기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한 위원은 "인위적인 건설 경기 부양보다는 그동안 지체됐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등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 체질 개선을 통한 반등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물가는 집중호우, 폭염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했으나 낮은 수요압력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목표 수준(2.0%) 내외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위원은 앞으로도 물가는 기조적인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경제 성장세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 협상이 진전되면서 통상환경 불확실성은 완화했으나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 관세 내용의 미확정, 미·중 무역 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 역시 경계 대상이다.
반면 신성환 위원은 경기 부진에 방점을 찍고, 8월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소수 의견을 피력했다. 신 위원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진 점을 고려할 때 상승 모멘텀이 (7월 대비) 약화한 현시점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올해 중 예고된 일부 산업 구조조정과 지속되는 부동산 PF 구조조정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과 경제 하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 금융 여건을 완화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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