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빠지고 재생에너지 목표는 상향"…에너지 국정과제, 어떤 내용 담겼나

산업부, 재생에너지 상향 로드랩 수립 계획
풍력 계획 입지 발굴·태양광 이격거리 폐지
2030년 78GW 보급도 벅차…과속 우려도
원전 내용 없어…정책 불확실성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9.16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9.1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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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30년까지 78기가와트(GW)로 설정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상풍력, 태양광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할 방침이다. 기존에 제시한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하게 목표치를 올려 잡으면서 '과속'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전에 대한 내용은 국정과제에서 사라졌다.


정부는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무회의에서 123개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이는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발표한 123대 국정 과제(안)를 정부 차원에서 조정, 보완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78GW인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는 로드맵을 수립,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국정기획위원회 안에서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78GW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고 제시했는데 정부가 오히려 목표치를 더 올린 것이다.


2025년 6월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35.1GW로 5년 내 78GW까지 늘리는 것도 벅찬 상황이다.


산업부는 "해상풍력 및 태양광 입지를 다각화하고 이격 거리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해상풍력의 경우 계획입지 발굴, 집적화 단지 신속 조성, 인허가 의제 처리 등을 통해 서남해·제주 해상풍력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태양광은 산단·영농형·주차장·지자체 소유 공공 부지 등 태양광 입지를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보급 제도를 계약 시장으로 단계적으로 개편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 정부 주도의 계획 입지를 도입하고 전파영향평가 기준 완화, 풍황계측기 설치 허가를 개선하기로 했다.


차세대 태양전지 조기 상용화, 해상풍력 터빈·부품 기자재 기술개발, 설치선 건조 및 전용 항만 설치에도 나선다. 햇빛·바람 연금을 확대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RE100 산단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석탄발전소 폐지 시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2040년으로 제시했다.


이번 산업부 소관 국정과제에는 원자력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원전 계속 운전 등 주요 사업들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날 발표한 에너지 분야 국정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데 15년이 걸리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추가 원전 착공은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SMR은 기술개발도 안 됐다"며 "1~2년이면 되는 풍력발전, 태양광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전에 대해 국민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당장 내년 말까지 수립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큰 폭의 전략 수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국정 과제에는 서해안 고압직류송전(HVDC) 조기 구축, 한반도 U자형 전력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계획도 포함했다.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계통 안정화 장치 확대를 통해 호남권 접속 제한을 단계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전력망의 조기 건설을 위해 민간 건설 역량을 활용하고 계통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전력망 운영·관리 체계 개선도 검토할 계획이다. 전력 수급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시장을 도입하고 지역별로 전기 요금을 차등하는 지역별 요금제를 신설할 계획이다. 현재는 하루전에 전력거래소가 다음날 전력 수요를 예측해 발전기 가동을 지시하는데 이를 실시간 시장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공정한 전력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기위원회는 전기요금 조정, 전기발전사업 허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변경 등의 사안을 심의하는 기구다. 산업부 소속이어서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ESS 산업 활성화, 수요반응(DR) 자원을 수급 관리에 적극 활용하는 등 기후테크도 육성한다. 수요반응이란 전력 수요가 높고 공급이 부족할 때 전력 수요자가 소비를 줄여 보상을 받는 제도로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다. 청정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히트펌프 산업도 육성한다.


정부는 산업 부문의 2035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수소환원제철(철강), 바이오, 원료 전환(석유화학) 등 대규모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한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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