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그림자' 中 "씀씀이 줄었다"…무비자 요커도 '올다무' 쏠림?

이달 말 中단체관광객 한시 무비자 시행
구매인원 증가에도 매출액 감소 악순환
가성비 뷰티·패션 지향 소비 트렌드 변화 영향
여객수 비례 인천공항점 임대료 부담도 가중
무사증 제도 계기 고부가 中관광수요 모객 경쟁

국내 면세업계가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조치에도 '쓴웃음'을 짓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 따라 중국의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 조치가 내려진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무비자 중국인 단체관광이 시작됐지만, 중국의 경기 부진 여파로 '요커'로 불리는 중국 단체관광객의 씀씀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미 면세업계는 전 세계적인 가성비 소비 트렌드로 인해 이른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등 뷰티·패션 신흥 강자에 주력 고객층을 빼앗긴 상황이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 입점 면세점의 경우 임대료 조정 문제가 결렬되면서 부담이 가중됐는데, 무비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증할 경우 임대료가 더 치솟을 수 있다.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유커 등이 쇼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유커 등이 쇼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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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중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 무사증 제도를 시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와 주중 대한민국 공관 지정 사증신청 대행 여행사가 주관하는 3인 이상의 단체관광객은 이 기간 15일 범위에서 무비자로 한국 관광을 할 수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초 중국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를 맞아 현지 여행사의 마케팅 상품 등을 통해 한국 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호텔과 쇼핑, 카지노 등 관광과 연계한 산업군이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점, 요커 무비자 입국 기대·우려 교차

반면 면세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방한 외국인 수가 늘어도 실제 상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비례할지 낙관할 수만은 없어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이용객은 99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만여명보다 25% 이상 늘었으나 이들을 통한 매출은 7466억원에서 6405억원으로 14.2% 감소했다.


내국인을 합친 면세점 전체 구매 인원도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이 본격화된 2022년 1083만명에서 지난해 2844만명으로 늘었지만, 매출액은 17조8000억원에서 14조2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구매 인원은 41.3%, 매출액은 10조원 이상 감소했다. 올해에도 1~7월 기준 구매 인원은 1676만명으로 지난해 성적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출액은 7조3000억원으로 더딘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객 수나 구매액이 높은 중국인들이 소비 부진으로 이전만큼 면세쇼핑에 돈을 쓰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개별 여행 일정에 따라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매장을 찾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실제 하나카드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올리브영의 이용 금액과 이용자 수,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106%, 77%, 80% 늘었다. 같은 기간 다이소는 각각 49%와 46%, 41%, 무신사는 각각 343%와 348%, 3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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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는 공항 이용객 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인천공항 내 면세점 입점사에 훨씬 큰 타격이다.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한시적인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는 조정 신청을 제기했으나 공사 측이 입찰에서 탈락한 다른 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내세우며 협상을 거부했다. 법원이 공사 측에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를 각각 25%와 27% 깎아주라고 강제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인천공항 측이 이의신청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해당 건은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거나 두 사업자가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사 모두 강제 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마이스·인센티브 고부가 관광객 유치전

다만 면세 업계는 한 때 국내 시장 '큰 손'이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면세점은 남궁표 마케팅부문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중국 광저우와 칭다오를 차례로 방문해 현지 여행사 및 주요 파트너사 30여곳과 미팅을 하고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특전을 제공하는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2분기 기준 롯데면세점의 국적별 매출액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2.5%로 가장 높았다. 18일에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언어권 관광통역사 200여명을 초청해 면세점 주요 매장과 입점 브랜드, 혜택 등을 소개하는 가이드 초청 행사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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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세점은 지난달 아시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배우 박형식을 홍보모델로 선정하고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최근에는 7인조로 구성된 다국적 보이 그룹 엔싸인을 모델로 발탁해 글로벌 팬덤을 활용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또 중국 사무소, 현지 여행사와 연계해 마이스(MICE), 인센티브(포상관광) 등 고부가가치 수요를 겨냥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인센티브 단체 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연말까지 5만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하고,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1만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을 추가로 불러 모으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지난달에는 중국 유제품 업계 1위 이리그룹과 온라인 교육 업계 1위 신동방 그룹에서 단체 관광객 1400여명이 방한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찾았다.


이 밖에 현대면세점은 외국인 자유여행객이 많이 찾는 코엑스 및 고객군 특성을 고려해 중국 마이스 단체를 유치하고, 아쿠아리움 등 관광시설을 연계한 단체관광 상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또 온·오프라인 전점에서 알리페이로 1000위안(약 19만원) 이상 결제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30위안을 즉시 할인해주는 '알리페이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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