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기업에 영업익 5% 과징금…기업들 "부담만 커진다"

"경각심 줄 순 있어도 결과 담보 못해"

정부가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기로 하자 산업계는 처벌보다는 예방을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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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 재계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어느 누가 반대하겠냐"면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대재해 처벌법 자체에 대한 과도한 형벌이 재해를 줄이는 효과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과징금과 건설사 등록 말소 규정 신설, 영업정지 대상 확대 등 경제적 제재 방안이 담겼다. 특히 '영업이익 5% 내 과징금' 조항 때문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대기업에서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공공기관처럼 영업이익을 공시하지 않는 경우에도 과징금 하한액인 30억 원을 매기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경각심을 심어줄 순 있어도 결과를 담보하진 못한다"면서 "오히려 처벌이 우선되는 정책은 기업의 사업 추진을 위축시키기만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한 철강, 조선업계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만 해도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이렇게 또 과징금 얘기가 나오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예방TF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5 김현민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예방TF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5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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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는 "과징금은 법적 정합성 논란이 있는 사안"이라며 "조선업은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이 연중 대형 구조물을 만드는 산업이라 안전을 강조해도 사고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징금을 일률적으로 부과하기보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 안전보건관계 법령의 사업주 처벌이 이미 최고 수준이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시행되고 있으나 산재감소 효과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정부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중대재해 발생 시마다 근본적 예방 대책 없이 사후처벌 강화에만 집중한 대책 방향을 내놓았다"면서 "대책 내용이 법제화될 경우 개별기업은 물론 연관 기업 및 협력업체의 경영에까지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이는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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