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 완공 시점을 당초 2031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달 22일 열린 '성장전략 TF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에너지·전력망·첨단소재를 포함한 '15대 초혁신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수도권과 전국 전력망 안정을 위해 서해안 HVDC 사업을 2030년까지 조기 준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총 440㎞ 규모의 해저케이블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전북 새만금에서 경기도 화성까지 약 220㎞ 구간에 왕복 2회선을 설치해 2GW급 전력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케이블 제작과 포설에는 특수 선박과 고난도 시공 기술이 요구된다.
업계는 2030년 완공을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 발주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양 조사, 자재 수급, 생산·테스트, 운송과 포설까지 최소 4~5년이 소요된다"며 "내년 상반기 사업자 선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HVDC 시장은 이미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케이블과 변환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제한적이고, 전력망 투자가 급증하면서 '공급자 우위'가 형성돼 있다.
실제로 영국 이스턴 그린 링크 1단계(2029년 완공 예정)는 2024년에 착공했고, 4단계(2033년 완공 예정)도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업 입찰이 늦어질 경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HVDC 해저케이블은 최소 50㎞ 이상 단일 길이로 제작해야 하며, 해상·해저 환경에서 포설과 접속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난도가 높다. 제작과 시공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조기 발주 필요성이 강조된다.
국내에서는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이 해저 HVDC 케이블 공급과 시공 경험을 동시에 보유해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LS마린솔루션은 최근 초대형 HVDC 전용 포설선 건조에 착수하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산 HVDC 기자재에 대한 안전성과 안보 리스크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해상풍력과 HVDC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안보 예외 조항(GATT 제21조)에 따라 무역 규범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입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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