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시)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정청래 대표'가 등장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 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대통령실과 당은 혼연일체"라는 큰소리 뒤엔 개혁의 속도와 수준, 정책의 타이밍을 둘러싼 차이가 엿보인다. 최근 만난 한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관계에 관해 묻자 "남남이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사이가 남달랐던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서로를 잘 알지만, 인간적인 관계가 돈독한 편은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길고 오랜 인연이 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2007년 1월21일 백범기념관에서 출범한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핵심 멤버였다. '정통들' 초대 회장이 이 대통령이었다. 즉,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원래 '정동영 사람'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을 '정통들' 초대 회장으로 추천한 사람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필명 '미키루크'로 유명했던 이상호 전 민주당 부산 사하을 위원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통들'에서 '이변(이 변호사)'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다. 이 전 위원장은 '평화경제포럼'을 모태로 '정통들'을 만든 실질적인 리더였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정통들' 핵심 3인방은 이재명 정청래 이상호였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21년 대법원에서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으며 정치권에서 멀어졌다.
'미키루크' 등의 활약에 힘입어 2007년 정동영 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뒤 이 대통령은 정동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과 이재경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 신현구 현 광주경제진흥일자리재단 대표 등 세 명이 당시 부실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후 정세균 대표 체제에서 당 부대변인을 지낸 뒤 2010년 성남시장이 됐다.
8월 28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일본·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정청래 대표는 노사모에서 활동할 때 '미키루크'를 만났다. 정 대표는 자서전 '사람만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든다'에서 이 전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2002년 대선이 끝난 뒤 내가 운영하던 마포의 학원에서 낮 12시쯤 만났는데 16시간이 지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노사모를 통해서, 미키루크를 통해서 재교육 된 사람이다. 그는 내게 활화산 같은 존재였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체제에서 공천받아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정 대표는 2004년 국회의원이 됐다. 2005년 이 전 위원장 등과 함께 노사모를 정치 세력화 한 국민참여연대(국참연)를 이끌었다. 당시 정 대표는 'DY(정동영)계'로 통했다.
※영상을 클릭하면 전체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재명 정동영 정청래 세 사람의 인연은 '노사모'에서 시작해 '정통들'에서 굳어졌다. 이후 정 장관은 정치적 부침을 겪었고, 정 대표는 국회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으로 진출했다. 세 사람의 인연은 계속됐지만, 2017년 대선을 기점으로 분화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 출마하면서 독자적인 세력화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제 한 사람은 대통령, 한 사람은 집권당 대표가 됐다. 그들을 이끌던 리더는 20년 만에 다시 장관이 됐다. '20년 인연'인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향후 관계가 주목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