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지막하게 그려진 '라부부' 캐릭터와 '수상한 편의점'이라는 문구가 적힌 간판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장 안에서는 '라부부'를 반복하는 경쾌한 테마곡이 흘러나온다.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에 문을 연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의 체험형 팝업스토어 '라부부의 수상한 편의점'이다.
입구를 지나면 본격적인 '라부부 유니버스'가 펼쳐진다. 인기 캐릭터 라부부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정면과 오른쪽 벽에는 인형과 키링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매장 안쪽에는 다양한 체험 콘텐츠도 마련돼 있다. 80평 규모의 이 공간은 라부부 팬들로 붐볐다. 이들은 굿즈를 만져보고, 인형과 사진을 찍으며 라부부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이번 팝업은 라부부 IP의 최근 신작 '더 몬스터스(THE MONSTERS) 수상한 편의점' 시리즈를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장난꾸러기 라부부가 평범한 편의점을 자신만의 놀이터로 바꿔놓았다'는 콘셉트에 따라 공간 전체가 실제 편의점처럼 꾸며졌다. 곳곳에 숨어 있는 라부부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팝업은 오는 25일까지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되며, 시간당 50명씩 하루 9회차로 제한된다. 지난 8일 예약 개시 10분 만에 모든 회차가 마감될 정도로 인기였다. 구영실 팝마트 코리아 마케팅팀 과장은 "최근 안전 이슈가 중요해졌다"며 "많은 인기에도 일부러 수용 인원을 제한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팝마트는 지난 6월 국내 오프라인 판매 현장에서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자 판매를 일시 중단한 적이 있다.
현장 최대 관심사는 한정판 굿즈인 ▲인형 키링 ▲어묵 꼬치 인형 키링 ▲장바구니 ▲파우치 ▲샌드위치 미니백 ▲등받이 쿠션 ▲티슈 홀더 ▲쇼핑백 등 8종으로, 가격대는 1만~5만 원대로 구성됐다. 1인당 구매 수량 제한이 있었지만, 방문객들이 든 노란 장바구니에는 라부부 상품이 가득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남편과 함께 온 왕슈멍씨(30·여)는 "라부부 첫 출시 때부터 팬이었다"며 "평소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이곳에서 직접 살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체험 행사와 포토존에도 인파가 몰렸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에서 인증샷 남기기, 제한 시간 내 숨어 있는 라부부를 찾는 미니 게임, 전자레인지 모양의 미니 편의점 디오라마 등이 준비돼 있었다. 자판기의 숨겨진 문을 열면 라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는 이색적인 포토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성수동에 거주하는 현빈씨(29·여)는 "블랙핑크 리사를 통해 라부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게임도 있고 포토존도 있어 공간이 잘 꾸며졌다. 특히 디오라마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 열기는 팝마트의 비즈니스 전략과 직결된다. 라부부는 '희소성'과 '랜덤 구성' 요소를 결합해 팬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IP다. 원하는 제품을 얻기 위한 고객의 반복 구매가 곧 안정적인 매출로 연결된다. 여기에 블랙핑크 리사, 미국 가수 리한나 등 유명 스타의 인증샷과 인플루언서 협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바이럴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인기는 빠르게 확산했다. 라부부는 리셀(재판매) 시장에서도 웃돈을 얹어 거래될 정도다.
팝마트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호조 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138억8000만 위안(2조7043억원), 순이익 47억1000만 위안(9177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실적만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겼다. 특히 라부부가 포함된 '더 몬스터스' 시리즈는 전년 대비 668% 증가한 매출 48억1000만 위안(9372억원)을 달성하며,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는 '브랜드 고도화' 전략을 내세워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한다. 전 세계에 100개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며, 태국·프랑스·미국·호주 등에는 초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도 서울 중심을 벗어나 부산 등 주요 도시로 거점을 넓히고, 매장을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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