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하게 죽었잖아"…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 유족 오열

순직 사고 규명 진상조사단 15일부터 활동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하다가 숨진 고(故) 이재석(34) 경사의 영결식이 15일 오전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 청사에서 거행됐다.


영결식은 오상권 중부해경청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아 중부해경청장 장(葬)으로 엄수됐으며 유가족과 동료 해양경찰관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 대통령 조전 대독, 동료 고별사, 헌화 및 분향, 경례, 운구 순으로 진행됐다. 김대윤 경장은 고별사에서 "사람들이 너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어둠 속 바다에서 혼자 싸웠을 너의 모습이 떠올라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며 "가족, 친구, 동료 모두를 비추는 별이 되어달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유족들은 "너무 억울하게 죽었잖아. 재석아, 재석아"를 연신 외치며 목 놓아 울면서 고인에게 헌화했다. 고인은 경장에서 경사로 1계급 특진했고 대한민국 옥조근정훈장을 추서 받았다. 이 경사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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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이 경사의 순직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단이 이날부터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됐으며 단장도 외부인사가 맡는다. 오는 26일까지 자료 조사와 현장 점검 등에 나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진상조사단은 이 경사가 혼자 현장에 출동한 경위를 비롯해 파출소의 추가 인력 투입과 상황실 보고가 늦어진 이유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당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는 '2인 출동'이라는 내부 규정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청 훈령인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명 이상 탑승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7분께 드론 순찰 업체로부터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연락을 받고 혼자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파출소 근무자는 모두 6명이었고, 이 중 4명은 휴게시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휴게시간이라고 해도 출동할 때는 2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며, 당직자가 2명이었는데 이 경사 혼자 출동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경사가 오전 2시 44분께 A 팀장에게 "물이 발목 정도 차올라서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보고했지만, 영흥파출소 다른 직원들은 즉시 투입되지 않았다. 이후 2시 56분께 이 경사가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고 있다"고 말한 뒤 3시 6분께 무전이 끊겼고, 3분 후 드론업체가 지원 인력을 요청하자 그때야 직원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오 청장은 영결식에서 발표한 의견문을 통해 "2인 1조 출동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이유와 고인과 연락이 끊긴 뒤 신속한 대응을 못 했는지, 구조 장비나 자기 장비 보호는 부족하지 않았는지 명백히 밝혀내겠다"며 "고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를 주기적으로 유가족 등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상황 대응 수칙과 근무 체계 등 규정 강화와 파출소 인력과 장비 운용 등 구조 역량을 보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3시 30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서 어패를 잡다가 밀물에 고립된 중국 국적의 70대 남성 B씨를 구조하다가 실종됐다. 그는 발을 다친 B씨에게 자신의 부력조끼를 벗어주고 순찰 장갑을 신겨준 뒤 함께 헤엄쳐 나오다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사는 이날 오전 9시 41분께 영흥면 꽃섬에서 1.4㎞ 떨어진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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