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곳곳에서 초등학생 대상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교 앞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이 학부모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 경찰과 행정당국이 안전 대책을 강화하며 학부모의 불안을 잠재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자녀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호신용품을 챙겨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14일 11번가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생 유괴 미수 사건이 알려진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호신용품 주요 품목의 거래액은 전달 같은 기간 대비 2.5배 늘었다. 호신용 경보기 거래액은 141%, 호신용 스프레이는 153% 각각 급증했다. 호신용 삼단봉, 잠금장치 등을 포함한 호신용품 기타 카테고리도 거래액이 143% 늘었다.
또 다른 오픈마켓에서는 유괴 미수 보도가 나온 직후 '안전 호루라기'의 하루 매출이 평일 대비 7배 이상 급증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있었다. SSG닷컴(쓱닷컴)은 같은 기간 호신용품 카테고리의 매출이 전달 대비 18% 늘었다고 밝혔다. 카테고리 내 매출 상위에는 버튼식 전자 호루라기, 호신용 전기충격기 등이 올랐다.
온라인 검색 동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네이버 쇼핑 트렌드에 따르면 같은 기간 호신용품 검색량이 32% 증가했다. 특히 서울 서대문구에 이어 광명, 대구 등 전국에서 유괴 소식이 이어지기 시작한 9일 이후 검색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연령별로는 학부모의 주 연령대인 40대와 30대가 가장 많았고, 남성이 69%로 더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휴대전화가 없는 자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에어 태그, 스마트태그 등 위치 추적 용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스마트폰에 간단히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다운로드 횟수 5000만 건을 돌파한 한 아동 보호용 앱은 주변 소리까지 확인할 수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위급 상황 때 버튼을 누르면 날카로운 경고음이 나오는 '안심벨'도 학부모들이 아이에게 달아주는 인기 호신용품 중 하나다. 서울시는 그간 초등학교 1~2학년생에만 무료로 배포하던 '초등안심벨'을 내년부터 전 학년 학생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최근 호신용품 수요가 급증한 것은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교 근처에서 유괴 시도가 발생한 이후 서울 관악구, 경기도 광명시, 제주, 대구광역시 등 전국 각지에서 미성년자 약취 또는 유인 미수 사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사건 대부분이 등하교 시간대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더욱 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를 통해 저학년 또는 혼자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보호자와 동행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각 학교도 유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도 전국 초등학교 6183곳에 등하교 시간대 주요 통학로 주변에 경찰관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전국 지구대·파출소 소속 지역 경찰과 기동순찰대, 교통경찰, 학교전담경찰관(SPO) 등 5만5186명이 동원된다.
호신용품 수요 급증이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호신용품은 위급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학부모가 과도한 불안을 떠안기보다, 지역사회와 학교, 경찰이 협력하는 다층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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