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주의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안전자산 통화로서 달러의 국제적 지위를 흔들 수도 있다는 진단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한은은 15일 'BOK 경제연구-달러패권과 미국발 충격의 글로벌 파급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손민규 한은 경제모형실 금융모형팀장이 작성했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동태적 일반균형(DSGE) 모형에 달러 경로를 추가해 국내 파급 영향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과 이에 따른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 변화가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보고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거래 편의성을 바탕으로 수출입 결제에 널리 이용될 경우 달러화 가치 변동이 글로벌 교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담보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를 확대해 달러 패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보고서는 동시에, 과도한 미국 국채 발행이 용인돼 미국 국채 신뢰도가 저하되거나, 규제 미비로 코인런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발행사의 담보자산인 미국 국채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오히려 달러화 안전자산 통화로서의 지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달러가 글로벌 안전자산이나 국제 무역결제 통화로 기능하면서 미국발 금융충격을 국내 경제에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달러의 국제금융경로가 없을 경우 미국 금융리스크 충격은 국내 생산 감소폭의 3분의 2를 축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수출이 달러화 대신 원화로 결제될 경우에는 국내 생산 감소폭이 4분의 1가량 축소되고,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30%가량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팀장은 "달러의 국제통화 기능이 미국발 충격을 국내로 증폭시키는 구조적 원인"이라며 "원화 결제 확대와 외화 차입구조 다변화 등으로 충격 전이 경로를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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