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이재명과 장동혁의 '포토옵' 이미지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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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옵(photo opportunity·줄여서 photo-op)'은 정치인이 언론보도를 위해 연출하는 장면을 뜻한다. 2011년 미군이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펼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앙 상석을 지휘관에게 양보하고 구석에 앉아 모니터를 주시했다. 이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과 테러 단죄 의지를 보여줬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한 뒤 이 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이 포토옵 연출은 북핵 해결 성과와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역사적 순간의 주인공'으로 상징화했다.


요즘 미디어는 시각성을 강조하므로 포토옵은 정치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정책성과보다 좋은 장면 연출에 더 신경을 쓰면서 '포토옵 정치(photo-up politics)'라는 용어도 생겼다. 포토옵에 대한 몰이해와 과잉은 정치의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월8일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오찬 회동을 한 뒤 30분 정도 이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이날 장 대표의 모습은 '주인공이 돼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각인하라'라는 포토옵의 문법에서 벗어났다. 그는 자신과 대통령의 독대를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여겼겠지만 대서특필된 사진은 그가 N분의 1로 참석한 오찬 장면이었다.


포토옵을 이해했다면 국민의힘 측은 '언론이 이재명·장동혁 독대 장면 및 그 자리에서의 장 대표의 일부 발언을 촬영·보도하게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 장면과 본인 육성을 장시간 텔레비전에 방영되도록 관철했다.


지난 8일의 다른 사진에서 중앙의 이 대통령과 좌우의 정 대표, 장 대표는 함께 파안대소했다. 이 모습은 국민의힘이 "독재" "국정 파탄"이라고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해온 맥락과 연결되지 않았다. 만나자마자 같이 웃는 사진으로 인해 국민의힘의 대여 비판은 대중에게 '덜 절실한 것'으로 인식됐다. 웃음의 도화선이 된 장 대표의 마늘·쑥 유머도 여당의 '내란당 해산' 프레임을 전제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영수 회담 포토옵에서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밀렸고 의례를 통제하지 못했다. 보수정치권이 홍보·이벤트를 등한시하고 감각 있는 실력자를 중용하지 않은 결과다.

반면, 광복절 대통령 국민임명식 행사는 포토옵의 과잉으로 평가될지 모른다. 이 행사를 다룬 한 달 치 블로그·뉴스에 대해 썸트렌드 감성분석을 해보니, 긍정 53.0%(2,836건), 부정 39.8%(2,133건), 중립 7.2%(385건)가 나왔다. 경축성 국가행사치고는 부정적 감정 반응이 높은 것이다. "감동" "소망" 같은 말과 "셀프 대관식" "자화자찬" "흥청망청 정치쇼" "취임 앙코르" "야당 불참" 같은 말이 혼재했다. 야당 의원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플래카드 시위도 행사를 얼룩지게 했다. 의례의 취지·격식·자연스러움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논란이 있었다.


'사진으로 본 대통령 100일' 포토옵 기사에는 "강행군" "피곤한 표정" "피곤한 듯"이라는 말이 반복됐다. 12장 중 7장이 서류를 보는 장면이었다. 이 대통령 사진과 포토옵 이벤트는 문재인 대통령의 그것보다 다소 과장되고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도 있다. 정치지도자는 포토옵을 경시하거나 거기에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하면 대중과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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