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 연이어 불응한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이 조만간 자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은 한 총재 측이 심장 시술에 따른 건강 문제를 이유로 반복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향후 대책을 검토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인 상태다.
특검팀은 14일 언론 공지를 통해 "내일 소환 조사 예정이던 한 총재가 변호인을 통해 건강상의 사유로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낸 불출석 사유서에 한 총재의 건강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대면 조사가 어렵다는 설명과 함께 17~18일 출석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한 총재는 특검팀의 소환 요구에 연이어 세 차례 불응하는 상황이 됐다.
특검팀은 지난 1일 한 총재에게 8일 출석할 것을 처음 요구했으나 한 총재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심장 관련 시술을 받고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특검팀은 11일 소환을 재통보했지만 한 총재 측은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를 밑도는 등 상태가 좋지 않다며 재차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한 총재 측이 매번 (조사예정일) 직전에 일방적인 불출석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수사팀은 3회 소환 불응 처리하고 향후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한학자 총재 측이 2~3일 시차를 두고 자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건강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의 진위를 파악한 뒤 일단 기다리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수사에 필요한 때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씨, 전씨, 김 여사의 공소장에는 한 총재가 본인의 목표였던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다고 적혔다. 윤씨 공소장에는 윤씨의 청탁과 금품 전달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한 총재와 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윤씨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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