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누구야?"…입이 떡 벌어지는 새끼 이구아나 '탄생의 비밀'

텔포드 이그조틱 동물원서
"수컷과 접촉 없이 출산"
이구아나가 낳은 새끼 8마리 화제
어미와 유전자 같은 '단위생식'

영국의 한 동물원에서 수컷과 단 한 번도 접촉한 적 없는 암컷 이구아나가 새끼 8마리를 낳아 화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버밍엄 인근 슈롭셔 지역의 텔포드 이그조틱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암컷 투구머리 이구아나가 지난달 말 새끼 8마리를 낳았다. 투구머리 이구아나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주로 나무 위에서 서식하는 종이다. 이 암컷 이구아나는 수컷과 접촉하지 않고 알을 낳았고, 그 알에서 새끼가 부화해 동물원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영국 텔포드 이그조틱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투구머리 이구아나의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영국 텔포드 이그조틱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투구머리 이구아나의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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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자를 만나지 않은 난자가 곧바로 배아로 발달하는 방식으로, 수정되지 않은 알에서 어미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새끼가 태어나는 '단위생식' 현상으로 추정된다.

이 현상은 척추동물에서는 아주 드문 것으로, 단위생식이 일어나더라도 여기서 실제로 건강한 새끼가 태어나고 부화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더욱 희귀하다. 단위생식은 자연에서 극히 드물지만 일부 파충류, 어류, 양서류에서 관찰되며, 특히 격리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나타난다. 올해 초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의 수족관에서 암컷 상어만 있던 수조에서 새끼가 태어난 사례도 있었다.

척추동물에서는 '단위생식' 아주 드물어

스콧 애덤스 동물원장은 "수컷 없이 알이 수정됐다는 걸 확인했을 때 우리는 정말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며 "동물계에서 가장 희귀한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키우던 이구아나가 갑자기 알을 낳아서 일단 부화기에 넣어봤는데, 알이 하얗고 건강해 보였다"며 "몇 달 후 새끼 8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태어난 새끼들은 모두 암컷이며, 어미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복제 개체(클론·clone)다. 이를 두고 애덤스 동물원장은 "모두 똑같은 시간에 울어댄다"며 농담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 사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삶은 길을 찾아낸다는 매우 강한 메시지를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현재 새끼들은 동물원의 전문 파충류 육아실에서 24시간 온도 및 습도 관리를 받고 있다. 몇 주 내로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며, 이 중 두 마리는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진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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