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K드라마 보면 처형"…유엔 인권보고서 나왔다

“기술 발전으로 감시 정교해져…사형 증가”

북한이 한국 드라마·K팝 등 외국 문화를 시청하거나 유포한 주민들을 잔혹하게 처형한 사실이 유엔 인권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은 유엔 인권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국민 생활 전반을 더욱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외국 드라마·영화 시청과 유포까지 사형 사유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4년 유엔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공식 인정한 이후 10년 만에 나온 후속 검토다. 보고서는 북한의 개인 자유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술 발전으로 감시가 정교해지고 코로나19 이후 사형 집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탈북민과 목격자 등 300여명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유엔인권사무소 증언 행사에서 증언하는 탈북민 김일혁씨.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유엔인권사무소 증언 행사에서 증언하는 탈북민 김일혁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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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히넌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장은 "K-드라마를 유포한 주민 일부가 실제로 처형됐다"고 확인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북한 주민들이 장기간 견뎌온 억압과 두려움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심각성을 경고했다.

또 정치범 수용소가 여전히 운영되고 납치된 외국인 등 실종자 수십만 명의 생사가 파악되지 않는다며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권고 19건 중 대다수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실제 탈북민 증언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유엔인권사무소 증언 행사에서 탈북민 김일혁씨는 "내가 아는 22세 청년이 한국 드라마 3편과 K팝 70여곡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공개 처형이 석 달에 두 번꼴로 열렸고, 한 번에 12명이 집단 총살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남한 영상물을 유포하면 사형, 시청만 해도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탈북민들은 이 법이 실제 처벌 근거로 작동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검열 강화로 문자메시지에 하트 이모티콘을 쓰거나 '오빠' 같은 표현을 저장하는 것까지 단속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성 탈북민은 "예전에는 한국 콘텐츠를 보다가 적발돼도 수백달러를 내면 넘어갔지만, 최근에는 뒷돈 규모가 훨씬 커졌다"며 "언제 총살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유엔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반복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제재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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