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강원의 마음을 듣다'라는 주제로 연 타운홀 미팅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는 빠른 성장을 위해 한때 유용한 전략이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발전으로 중심을 옮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강원도에 산다는 것이 '악성 운명'이라고 생각되지 않게 특별한 배려를 하겠다면서 군사보호구역 해제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관계부처 장관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원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모두 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타운홀 미팅은 광주·대전·부산에 이어 네 번째다. 이 대통령은 "여러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한때 자원과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전국에 골고루 나누면 효율성이 떨어져 이른바 '몰빵 전략'으로 서울 중심의 집중투자를 해 고속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수도권 집중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수도권 집중에 따른 비효율이 너무 커져서 이제는 모든 게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서울이 미어터지게 됐다. 땅 한 평에 1억, 2억원 하는 게 기본이 됐고 심한 데는 아파트 한 평에 2억8000만원 하는 데가 있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공장을 지으려고 해도 땅값이 너무 비싸서 어려운 상황이고, 국제경쟁에도 취약해졌다"면서 "더 이상 집중되면 한계효용이 마이너스로 전환돼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편으로 보면 지방은 사람이 사라져 없어져 가고 있다"며 "한쪽은 너무 많아 문제고 한쪽은 너무 적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이어 지역 간 불공정성 문제도 꼬집었다. 혐오시설을 지을 때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지역을 선정하는데,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해당 지역에서 반발하면 집단 이기주의라고 공격하면서 지역의 희생을 강요했던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이 대통령은 꼽았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여유 없이 살아오다 보니 공정성이라는 게 매우 희귀해져 불공정이 일상이 됐다"면서 "소수를 배려하지 않는, 다수를 위해 힘없는 소수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 국가 정책의 한 모습이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휴전선 접경 지역에 대해 강한 규제를 하면서 적절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밤에는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고 하면서도 그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면서 "강원도 접경지역에 사는 게 죄인 거다. 얼마나 억울했겠느냐. 먹고 살기 어려웠으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다면 이제는 좀 바꿔야 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체 모두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르는 지역이나 집단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 공동체가 그로 인해서 얻는 편익 이익이라고 하는 게 있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편익의 일부를 떼서 채워줘야 한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 사회운동 시작하면서 제가 정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누구도 어떤 지역도 특별히 억울하지 않게 그런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하고 정치를 시작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제가 가장 힘센 사람이 되지 않았느냐"며 웃으며 말하자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강원도가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선으로 지역 발전에 제약이 많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국방부가 여의도 88배 정도 지역에 규제를 완화하고 보안 조치를 해제했다"면서도 "시대 상황에 발맞춰 더욱 과감하게 규제를 풀겠다"고 부연했다.
민간인통제선 북쪽으로도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안 장관은 "현재 10km에서 시대 상황에 맞게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하겠다"면서 "유휴지를 지자체에 넘겨 활용하게 하거나, 지역의 물 부족과 관련한 재정지원도 하겠다"고 했다. 또 안 장관은 "필수 요소를 제외하고 규제를 풀 수 있는 것을 풀겠다"면서 "강원도를 '으뜸 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안 장관의 발언에 이 대통령도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가 강원도 규제 해제의 핵심"이라며 "꼭 필요한 데 말고 다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그런데 너무 느리다. 좀 더 속도를 내서 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원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교통망을 추가로 구축하는 한편 국가 첨단산업단지의 활성화, 인구소멸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내 서울-강릉 KTX 4편 증편을 확실하게 하고 동해안 철도 삼척-강릉 구간의 속도를 개선하겠다"면서 "수도권에서 들어오는 광역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올해 통과시키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춘천은 수자원과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을 결합한 클러스터를, 원주와 춘천에서 기업혁신 파크를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강원 타운홀 미팅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포함해 육동한 춘천시장,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등 정부·지자체장들과 함께 앞서 온라인을 통해 신청받은 강원 지역 주민 200명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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