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의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도 타 이통사로의 대규모 가입자 이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고객은 1만8387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서 KT로 온 고객 1만8167명을 고려하면 가입자는 총 220명 순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182명과 38명 순증했지만, 이동통신 3사가 평소 하루 수십∼수백명 단위로 가입자를 주고받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앞서 SK텔레콤에서 대규모 해킹 사태가 발생한 지난 4월에는 양상이 달랐다. 사건이 알려지고 불과 며칠 뒤 일일 순감 인원이 2만∼3만명씩 발생했고, 5월 한 달 동안 33만명이 넘는 고객이 이탈하는 집단 이탈이 이어졌다.
이번 사건에서 이탈이 제한적인 배경으로는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른 해킹 사고로 경각심이 무뎌진 점이 꼽힌다. SK텔레콤 사태로 불안감이 고조됐지만 잦은 보안 사고에 피로감이 누적돼 이번에는 위기의식이 덜하다는 것이다.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KT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으로 가입자식별정보(IMSI)가 유출된 고객이 5561명이라고 밝혔다. 불법 펨토셀 신호를 수신한 전체 고객은 1만9000명이지만 상당수는 단순 접속자로 분류됐다. 피해 역시 서울 금천구와 경기 광명·부천에 집중돼 있어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통신사라고 더 안전한 건 아니다"라는 인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최근 몇 년 사이 크고 작은 보안 사고를 겪으면서, 사업자를 옮겨도 근본적 위험은 비슷하다는 체념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번호이동 절차의 번거로움, 장기 약정과 결합상품 등 현실적 제약도 이탈 억제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KT가 10일까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부인하다 이후 일부 유출을 인정한 만큼, 향후 당국 조사에서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크거나 추가 유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여론이 악화해 뒤늦게 가입자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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