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나섰지만, 실제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노조는 고공 농성까지 벌이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파업 동력이 약화되면서 협상 국면에도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업계와 노조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날 오전 8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참여율이 저조하다. 전체 조합원 6551명 가운데 참여 인원은 사측 추산 300~400명(4.6~6.1%), 노조 추산 500여명(약 7.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했음에도 참여율이 10%를 밑돌면서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서울 GRC센터 상경 투쟁도 돌연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필수 인력이 정상 근무에 나서면서 선박 건조 일정에도 당분간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난항으로 백호선 노조지부장이 지난 10일 오전 울산 조선소 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백 지부장이 올라가 있는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업계 일각에서는 파업 참여율이 낮은 이유로 잠정합의안에서 이미 상당한 보상안이 제시된 점을 꼽고 있다. 장기 투쟁에 따른 생계 부담과 교섭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도 조합원들의 적극적 동참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2019년 노조 파업 당시 수천명이 동참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파업은 결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전면 파업에도 현장 영향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결국 노사 모두 협상 창구는 열어둔 상태인 만큼 파업보다는 교섭 재개 여부가 향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 7월 임금·성과급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투표에서 부결된 뒤 2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합의안에는 ▲기본급 13만3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520만원 ▲특별금(약정임금 100%) ▲성과급 지급 등이 포함돼 있었다. 사측은 이를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약 2700만원의 보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했지만,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6193명 가운데 3949명(63.8%)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이후 노사는 2달여 동안 10여 차례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새로운 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추가 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섭 핵심 쟁점은 기본급 인상 폭이다. 노조는 14만3000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이미 삼성중공업 · 한화오션 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입장차 속에 노조 지도부는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백호선 노조 지부장은 지난 10일 울산 조선소 내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크레인 점거는 2021년 7월 이후 4년여 만으로, 선박 건조의 핵심 설비인 크레인을 점거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그는 " HD현대미포 합병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추진으로 위상을 키우는 가운데 그 성과를 만들어낸 조합원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조는 오는 10월 전 타결을 목표로 고공 농성과 전면 파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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