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관세 회피' 국산둔갑 우회수출 급증

최근 우회수출 규모가 급증했다. 미국의 고관세율을 회피하기 위해 관련 품목을 국산(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출한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 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국산 둔갑 우회수출 단속을 강화, 발본색원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1~8월과 지난해 같은 기간 우회수출 적발현황 비교자료. 관세청 제공

올해 1~8월과 지난해 같은 기간 우회수출 적발현황 비교자료. 관세청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8월 적발한 우회수출 규모는 20건에 356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월 8건에 253억원)보다 건수는 150%, 금액으로는 1313% 증가했다.

특히 최근 5년간 국산 둔갑 우회수출 적발 규모는 2021년 15건에 436억원, 2022년 43건에 2408억원, 2023년 49건에 1188억원, 2024년 10건에 348억원 등으로 지난 1~8월 우회수출 금액이 5년 누적 금액(7949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 급작스레 우회수출 적발 규모가 늘어난 데는 미국의 관세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과 관련해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3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물품의 우회수출 경로로 한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는 전체 우회수출 규모에서 미국을 향한 우회수출의 비중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향 우회수출 비중은 ▲2021년 건수 20%·금액 15% ▲2022년 건수 23%·금액 35% ▲2023년 건수 12%·금액 3% ▲2024년 건수 40%·금액 62% ▲올해(1~8월) 건수 75%·금액 98% 등으로 집계된다. 지난해와 올해는 이례적으로 미국향 우회수출 비중이 수직 상승했다.

문제는 한국이 우회수출 경유 국가로 이용되면 국가 원산지 신인도 하락과 미국의 규제 강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이는 곧 국내 산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7일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에서 '미국에서 적발된 우회수출 기업 및 국가를 6개월 단위로 공개하고, 해당 물품에 대해선 40%의 관세와 벌금을 부과한다' 등의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2021~2025년(1~8월) 국산둔갑 우회수출 적발 통계자료. 관세청 제공

2021~2025년(1~8월) 국산둔갑 우회수출 적발 통계자료. 관세청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관세청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고관세율 및 수입규제 회피와 국산 프리미엄 차익을 목적으로 시도되는 우회수출 모니터링 및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우회수출 차단을 전담할 '무역안보 특별조사단(특조단)'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조단은 그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산업 중 미국이 타국에 관세율을 높인 민감 품목(태양광 셀, 전기차 배터리 부품, 흑연, 철강·알루미늄 등 예상)의 우회수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특조단은 최근 금 가공제품 중계무역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포착, 수출 실적이 큰 업체를 선별·분석해 금 가공제품을 한국산으로 둔갑시킨 후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7개 업체를 적발했다.


또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수사를 진행, 적발한 업체들이 물품을 수출할 때는 국내 세관에는 외국산으로 신고하고 정작 미국 세관에는 허위 원산지증명서를 첨부해 한국산으로 신고하는 등 우회수출 한 혐의를 밝혀냈다. 적발된 7개 업체가 미국으로 불법 우회수출한 규모는 총 2839억원에 이른다.


관세청은 특조단 운영에 더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의 수출입 및 화물정보 모니터링과 국정원·산업부·외교부 및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의 공조를 강화해 불법 우회수출을 원천봉쇄하는데 기관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국산 둔갑 우회수출은 국내 수출기업과 산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 행위"라며 "관세청은 한국이 외국산 물품의 우회수출 경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국내외 정보·단속기관과의 공조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