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영어교육 기업 두 곳이 서로 다른 전략으로 베트남 교육시장에 뛰어들었다. 윤선생은 대학용 한국어 교재 개발에, YBM넷은 유치원 영어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 모두 학령인구 감소로 성장 한계가 뚜렷한 국내를 넘어서, 학생 수가 늘고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을 새 먹거리 무대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선생은 이달 초 베트남 하노이 국립외국어대학교와 한국어 교재 개발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베트남 한국어 교재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한다. 윤선생 관계자는 "현지 교수진이 집필을 주도하는 첫 대학용 한국어 교재"라고 했다. 교재는 2026년 6월까지 초급 2권과 중급 1권이 발간되며, 같은 해 9월부터 이 대학의 한국어·한국문화학부 전공 필수과목 교재로 사용된다. 이후에는 대학과 서점을 통해 일반 학습자에게도 보급될 예정이다.
이런 행보에는 본격적인 영어 콘텐츠 수출을 위해, 한류 열풍을 매개로 한국어 시장을 동시 공략하며 현지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틈새' 전략이 있다는 평가다. 베트남에서는 특히 대학용 교재와 관련 연구가 부족했다. 베트남 내 한국어학과 또는 강좌 개설 대학은 2017년 23곳에서 2023년 60곳으로 늘었지만, 교재는 대부분 한국 대학 기관의 출판물에 의존했다. 2023년 4월 발간된 한국외국어대 동남아연구소 학술지에서도 한국어 교재 관련 연구들은 주로 결혼이주여성·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현지 대학이 직접 개발한 교재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영어 교육시장 진출의 문을 두드리던 윤선생은 2022년 한글과컴퓨터, 하노이 국립외대와 컨소시엄을 꾸려 베트남 내 온라인 한국어능력시험 사업(K-IBT) 등을 공동 추진했다. 윤선생은 시험의 운영, 보급 등을 총괄하며, 한컴과 함께 향후 영어학습 콘텐츠와 에듀테크 제품을 보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베트남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설황수 윤선생 전무는 "이번 한국어 교재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베트남 시장 내 다양한 교육사업 판로를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YBM넷은 본업으로 베트남 유아 영어교육 시장에 직접 침투한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같은 그룹 계열사 'YBM ECC'의 교재와 커리큘럼을 앞세워 이달 초 현지 에듀테크 기업 '야호랩'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2026년 3월 호치민시에 개원하는 영어 몰입형 유치원에 YBM ECC의 영어유치부 교재와 커리큘럼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베트남 정부가 2021년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지정했지만,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제1외국어는 여전히 영어다. 베트남 교육훈련부에 따르면, 호치민시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고교 졸업시험 영어 평균 점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영어 교육 열기가 뜨겁다. YBM넷이 이 도시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종익 YBM넷 대표는 "이번 베트남 진출은 ECC의 커리큘럼의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하는 중요한 기회"라며 "베트남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겠다"고 했다.
두 회사가 서로 다른 타깃과 전략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이들이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은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베트남은 학생 수가 늘어나며 교육 시장의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 교육훈련부에 따르면, 2022~2023학년 전체 학생 수는 280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초·중·고교생(K-12)이 1820만명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심지어 그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치원생 역시 517만명에 달한다. 교육열도 한국 못지않다. 올해 대학 진학률은 7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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