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소형주인 에잇코홀딩스(Eightco Holdings)가 월드코인 투자 발표 하루만에 3000% 급등세를 보인 이후 다시 급락세로 전환해 지난 8일 기록한 고점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다. 에잇코홀딩스 측은 월드코인 뿐 아니라 이더리움 등 다른 주요 가상화폐를 매집한다고 발표하며 주가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구체적인 수익성 창출 계획이 전무한 상황이라 주가 변동성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나스닥 시장에서 에잇코홀딩스는 최대 관심 종목으로 떠올랐다. 월드코인 투자 발표 직후 하루동안 무려 3008.97%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에잇코홀딩스의 주가는 1.45달러에서 45.08달러로 급격히 뛰어올랐다. 하지만 급등 이후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11일에는 14.50달러까지 내려왔다. 고점대비 70% 가까이 빠진 것이다.
에잇코홀딩스 주가가 이처럼 요동쳤던 이유는 월드코인 투자 발표 때문이었다. CNBC에 따르면 에잇코홀딩스는 지난 8일 월드코인을 재무자산으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를 위해 2억5000만달러(약 3474억원) 규모 사모주식을 발행해 자금 확보에도 성공했다.
월드코인은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2019년 설립한 생체인증 스타트업 월드에서 사용하는 블록체인 코인이다. 오브(Orb)라 불리는 기계에 사람이 홍채 데이터를 스캔해 인간임을 증명하는 신분증(ID)을 만들고, 이후 인공지능(AI)를 통해 나오는 수익을 코인으로 지급받아 사용하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오픈AI의 인기와 월드코인의 특수성 등이 합쳐져 에잇코홀딩스의 월드코인 투자는 갑작스럽게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후 에잇코홀딩스는 미국 기술주 및 AI 투자 전문가인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선임 애널리스트를 이사회 의장으로 초빙했다. 월드코인 투자 발표 직후 AI 투자 전문가까지 이사회에 합류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에잇코홀딩스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인 '밈(Meme)' 주식으로 떠오르며 매수세가 몰려들었다.
에잇코홀딩스는 갑작스럽게 코인 전문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원래는 가상화폐 업계와는 거리가 먼 사업을 하고 있다. 에잇코홀딩스의 모체는 1966년 설립된 '퍼거슨 컨테이너(Ferguson Containers)'라는 작은 골판지 제조업체다. 이삿짐이나 택배에 쓰이는 종이상자를 주로 납품하던 기업이었다.
에잇코홀딩스는 2022년 온라인쇼핑몰 재고관리 솔루션 업체인 '포에버 에잇(Forever8)'도 인수했다. 이 기업은 개인 온라인쇼핑몰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 투자금 모집 등을 도와주는 핀테크 기업이다. 에잇코홀딩스는 지난해 퍼거슨 컨테이너를 매각해 현재는 포에버 에잇의 매출과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에잇코홀딩스의 실적이 점차 악화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960만달러로 전년대비 41.4% 급감했고 영업손실도 819만달러가 발생해 2023년 1068만달러 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였다. 올해도 2분기까지 영업손실 120만달러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적자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월드코인 매입 및 본업 전환으로 일단 시장의 관심은 돌렸지만 에잇코홀딩스는 아직 구체적인 수익성 계획이 잡히지 못한 상황이다. 가상화폐 매집 이외에 안정적인 수입 창출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계속 롤러코스터를 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케빈 오도넬 에잇코홀딩스 CEO는 지난 11일 25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가상화폐 투자 기업인 비트마인으로부터 2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향후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 투자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이후 에잇코홀딩스의 주가가 계속 급락세를 보이자 주가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에잇코홀딩스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가상화폐로 본업을 전환한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가상화폐 자체의 가치 변동성도 매우 심한만큼 재무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증권분석기업인 트레피스는 보고서를 통해 "이미 많은 기업들이 과거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집 전략과 유사한 형태로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에잇코홀딩스가 이 분야에서 특별히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수익성 모델은 본질적으로 매우 투기적이며 보유 가상화폐의 급격한 변동성에 따라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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